‘불안한’ 준설토큰비가 내린 경남 창녕군 길곡면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 현장의 준설토 임시 적치장에서, 18일 오후 공사 관계자들이 파놓은 임시 물길로 물이 흐르고 있다. 이 지역의 환경운동가들은 “장마철에 준설토를 강 주변에 쌓아둔 채 물길을 만들어놓아, 준설토에 섞여 있는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손쉽게 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녕/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MB임기안’ 완공위해 ‘우기’도 공사강행 ‘인재’
준설토 적치장 날림…270만㎥는 처리 못해
준설토 적치장 날림…270만㎥는 처리 못해
4대강 함안·합천보 수몰
주말 집중호우로 전국의 4대강 공사 현장 가운데 낙동강 합천보와 함안보 건설 현장이 물에 잠기고 일부 준설토가 휩쓸려가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7월 장마를 시작으로 9월까지는 많은 비를 동반한 폭우와 태풍까지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공기를 앞당기려 무리하게 밀어붙인 ‘속도전’ 영향이 크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가 이번 우기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이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이번 홍수에 준설토는 거의 유실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준설 규모가 1억2000만㎥인데 이번 홍수에 10만㎥가 유실됐다고 하더라도 0.1%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강바닥에서 토사를 파내는 데 급급해 준설토를 처리하는 일과 준설토 처리장을 만드는 일은 뒷전이었다. 4대강 전체의 준설 규모는 5억2000만㎥로, 이 가운데 1억2000만㎥가 최근 6개월 동안 준설됐다. 국토부는 지난 3월 ‘4대강 수해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법정 홍수기(6월21일~9월20일)에 대비해 둔치에 임시로 적치한 준설토를 홍수가 오기 전에 하천 밖으로 옮기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변에 쌓아놓은 준설토를 처리하려면 농경지 개조사업(리모델링) 터와 준설토 적치장을 확보해야 하지만 속전속결로 공사가 진행된 탓에 제대로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홍수기에 접어든 지난달 24일 현재 처리하지 못한 준설토는 270만㎥에 이른다. 24시간 밤낮으로 준설토를 퍼 날랐지만 법정 홍수기가 시작된 직후에도 준설토를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4대강 속도전’은 날림으로 준설토 적치장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다.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현재 계획한 준설토 적치장 75곳 가운데 65곳을 확보해 10여일 만에 33곳의 준설토 적치장을 마련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적치장 후보지는 물론 토지 소유주들과 벌인 보상 협상, 문화재 사전조사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법정 홍수기 이전에도 4대강 공사 현장에 가 보면 가물막이 공사가 진행중이고 준설토가 널브러져 있었다”며 “공정률을 높여 야권 지자체장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환이었지만 결국 홍수 피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우기에 4대강 지류 피해도 우려된다. 하천 전문가들은 장마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이 4대강이 아니라 지방하천이기 때문에 지방하천에 대한 홍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인근에 대도시가 위치하고 있어 수해가 발생하면 지방하천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난다”고 주장하며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한국방재협회의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1999~2003년까지 전체 하천 홍수 피해액 중 국가하천의 피해액은 평균 3.6%에 그친다. 이미 98%가 정비되어 있는 4대강의 피해는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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