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의 공동주최로 경북 예천군 용궁면 내성천 회룡포에서 열린 ‘생명의 강 지키기 국민여름캠프’에서 참가 시민들이 ‘강은 흘러야 한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백사장을 걷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지류 내성천에 댐이 세워지면 비경으로 잘 알려진 회룡포 주변의 풍광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행사는 31일까지 공연 관람과 밤샘 토론 등의 순서로 1박2일 동안 진행됐다.
예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하천에 비상 경계 시기…“공사중단이 상식”
MB정부 임기안 완공 힘들어질까 ‘불문율’ 깨
오염 준설토 유실 우려…홍수예보도 부실화
MB정부 임기안 완공 힘들어질까 ‘불문율’ 깨
오염 준설토 유실 우려…홍수예보도 부실화
여름철 홍수기만이라도 우선 4대강 사업의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낙동강 함안보, 합천보가 물에 잠긴 것에서 확인되듯 여름철 하천 공사는 다분히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기는 하천에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지는 시기다. 이때엔 한반도 기후 특성상 일년 강우량이 집중돼 하천의 잦은 범람으로 하상(강바닥), 선형, 수위 등이 달라진다. ‘다목적댐 운영규정’ 등은 6월21일부터 9월20일까지를 홍수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목적댐은 홍수기에 앞서 미리 물을 비우고, 각 강의 홍수통제소는 비상태세에 돌입하게 된다.
이 기간에 여태까진 하천 공사도 일시 중단됐다. 하천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한 설계업체의 관계자는 “홍수기에 하천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은 관행이자 상식”이라며 “홍수 위험성도 있지만, 시공업체 처지에서도 애써 해놓은 공사가 유실될 수 있어 홍수기 공사를 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서 이런 ‘불문율’은 깨졌다. 일년의 4분의 1을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다간 이번 정부 내 완공이 힘들어진다고 판단한 탓이다. 시공업체들은 대부분 구간에서 임시물막이(가물막이)를 철거했지만, 아직도 일부 구간에선 준설작업 등 일부 공사를 진행한다. 4대강을 현장탐방하고 있는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쪽 관계자는 “보 건설 현장에서도 상판 작업을 계속하는 등 4대강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낙동강 함안보 상류 500m 지점에서 준설작업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홍수기 하천 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하천 옆에 쌓여 있는 준설토다. 강물에 휩쓸려 가면서 각종 부유물질과 중금속 등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는 “일반적으로 홍수기에는 강물의 탁도가 높아지는데, 지금은 공사중이어서 정도가 심할 것”이라며 “취수장에서 이를 정화하기 위해 응집제를 써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하천 둔치의 준설토를 이달 안에 처리한다고 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아직도 많은 양의 준설토가 강변에 방치돼 있다고 주장한다. 공사장 진입로와 각종 구조물에 쓰인 준설토도 강이 범람하면 유실된다.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리면 공사 장비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1997~2006년) 한반도 내륙지방의 국지성 집중호우 빈도는 30년 전(1977~86년)보다 78% 늘었다. 기습적으로 내리는 폭우에 시공업체가 재빨리 대응해야 하지만, 국지예보의 정확성 등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다.
더욱이 홍수예보 시스템의 효율성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각 강의 홍수통제소가 공사기간 중 홍수예보 모델을 운영하고 있지만, 달라진 하상 단면에 따른 수위·수량 등 과거 자료가 없어 정확성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김좌관 교수는 “홍수기 공사는 위험성이 큰 만큼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이 기간을 4대강 사업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박영률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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