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경기 여주군 대신면 이포보 교각에 올라가 3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가들이 20일 오전 농성장을 지지 방문을 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장동빈 수원환경연합 사무국장,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 여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4대강 반대 이포보 농성자 3명의 기고문
이건 정부도 아니다. 비록 정부 정책의 반대편에 섰다 하더라도, 이포댐에 오른 환경활동가들의 식량을 끊고 잠을 잘 수 없도록 서치라이트와 소음으로 고문해서 어찌하겠다는 것인가.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현수막을 기를 쓰고 떼내려 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통신을 차단해 우리를 절망과 좌절로 몰아넣어 뭘 얻겠다는 것인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제일의 의무인 정부가 목숨을 걸고 한마디하겠다는 시민들을 몰아붙여 어디로 가려는가.
정부 스스로 여름철 홍수기엔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체(?)할 거라고 했기에 그 기간 동안 국민의 3/4이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4대강 사업을 논의하고 대안을 찾자는 주장이 뭐가 그리 위험하다는 말인가. 18일 동안 더위에 지치고 영양부족으로 찌든 운동가들이 왜 그리 두렵기에 한번 나와 고민을 들어주는 시늉조차 않는가. 아무리 대통령의 뜻이 깊은 사업이라지만 비판과 반대를 수용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도 체제도 없는 패거리들이 무슨 정부고 공무원인가.
정치인들은 어디로 갔나. 정책과 생각의 차이를 협상과 타협으로 조정하고 소통하는 것이 정치 아닌가.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나라의 방향을 가다듬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 아닌가. 그런데 정치를 이끌어야 할 집권당의 높은 분들은 여론의 수렴이나 갈등을 조정을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처절하게 탄원하는 시민들에게 한 방울의 연민과 아량조차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어찌 이리 매몰차고 비정하며 무책임하고 부도덕할 수 있을까. 당권 경쟁에 현안 대응을 미루는 제1야당에게도 아쉽기는 마찬가지고 진보정당들은 힘이 부쳐 보인다.
정치가 사라진 나라에 비극이 싹트고 있다. 여주의 찬성 쪽 주민들은 우리를 자극하기 위해 끊임없이 방송을 틀어대고 있다. 1조900억원을 투입해 3개의 댐과 인공습지, 자전거길을 놓아 여주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고 한강 서울보다 더 친환경적인 개발을 하고 있으니 여주를 떠나라는 주장이다. 멀쩡한 습지를 인공습지로 만들고 이곳까지 와서 자전거를 탈 서울 사람은 어디 있겠는가. 지역을 안개 속으로 몰아넣는 댐이 발전의 기여란 말인가. 물론 공사의 떡고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왜곡과 거짓의 선전은 끝나야 하지 않을까.
탈진 상태의 3인은 결코 소수가 아니다. 이미 5000여명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손을 흔들어 응원을 했고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지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은 정치의 포기이며 국민의 분노를 겁내서 눈을 감고 쥐구멍에 숨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3인에게 남은 것은 배신과 분노가 아니라 허탈과 황당한 감정이다. 이토록 무정한 무정부사회에 대한 환멸이다. 낭비와 비효율, 부덕과 불통의 끝에 오게 될 파멸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다.
국민들께 호소드린다. 역사의 기록자나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는 방관자로 남아 4대강의 죽음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무도한 정권에 저항하고 부딪쳐 살아 있는 역사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오만과 탐욕의 바벨탑이 하늘에 닿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박평수 염형철 장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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