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구리 중앙에 갈색반점 줄줄이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과학적으로 조사돼 이름이 알려진 동식물은 150만종 정도다.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생물종이 지나친 개발에 따른 서식처 파괴, 남획 및 환경오염 등의 인간 활동 탓에 안타깝게도 절멸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200여종 가운데 개체수가 매우 희소하거나 분포 범위가 극히 좁은 18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미꾸리과의 미호종개는 그 가운데서도 특히 멸종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1984년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에서 처음 확인된 뒤 지금까지 미호천과 인접한 금강 수계의 지천, 유구천, 갑천, 초평천 등 28개 지점의 매우 좁은 범위에서 겨우 82개체만 보고됐다.
이 물고기는 필자와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서울대에서 동문수학한 필자와 서원대 손영목 교수가 21년 전 처음 신종임을 확인했고, 학명이 필자의 이름을 따 익수키미아 최(Iksookimia choii)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학명에도 사연이 있다. 손 교수가 채집한 표본을 함께 재조사한 결과 표본은 그때까지 보고가 안 된 새로운 종이었다. 둘은 지도교수인 서울대 최기철 교수님을 기념하기 위해 최 교수님과 두 사람의 성을 따 ‘최 김앤드손’이라고 명명해 학계에 보고했다. 그런데 루마니아의 한 어류학자가 이 종이 애초 알려진 것과 속이 다름을 새로 밝혀내 다시 명명하면서 ‘익수키미아 최’로 바뀐 것이다.
미호종개는 얼핏 보면 참종개와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참종개는 몸에 세로로 줄무니가 나있는데 반해, 미호종개는 연한 노란 색 몸 옆구리 중앙에 12~17개의 둥근 갈색 반점이 길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호종개는 몸길이 약 7~8㎝ 정도이고, 전체적으로 매우 가늘고 길다. 몸통은 약간 둥글지만 머리 앞 끝은 뾰족하고 꼬리부분은 가늘게 돼 있다. 주둥이 주변에 3쌍의 수염이 있으며, 눈 밑에 움직이는 작은 가시를 공격 무기로 사용한다. 산란기는 5~6월로 추정되지만 생활사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물 흐름이 느리고 수심이 50㎝ 정도인 얕은 모래 속에 숨어 규조류를 주로 먹고 산다. 따라서 하천에서 벌어지는 모래채취나 정비사업은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해 멸종으로 몰아가는 직접적 위협이 된다. 실제 최근 5년 동안에는 미호천 상류의 백곡천과 대전 갑천에서 6개체만 확인됐다. 적극적 보호대책이 없으면 멸종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들의 미세 서식지 보존을 위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특별한 노력이 절실하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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