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원자로 구조도
‘압력·온도 제한곡선’ ‘가압열 충격’ 고시 안해
원자력안전기술원 “규제완화 탓 개정추진 중단”
국내환경 모의실험 없이 미국기준 그대로 사용
수명연장 규정 만들때 ‘고리 1호기 예외’ 적용도
원자력안전기술원 “규제완화 탓 개정추진 중단”
국내환경 모의실험 없이 미국기준 그대로 사용
수명연장 규정 만들때 ‘고리 1호기 예외’ 적용도
고리 원전 1호기 안전한가
설계수명(30년)을 10년 더 연장해 가동하다 최근 고장나 멈춰선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적용한 핵심 기기의 안전성 심사 규정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원전 수명을 연장해 운전하려면 엄격하고 명확한 기준을 둬 안전성 적합 여부를 판정해야 하는데도, 핵심 기기인 ‘원자로 압력용기’(<그림> 참조)의 안전성 기준 일부는 정부 고시에도 명시하지 않은데다 미국 규정을 20년 가까이 적용해온 점 등을 문제로 꼽는다. 또 고리 1호기만 수명연장 신청 규정을 완화해준 점도 의구심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 정부 고시에도 없는 기준 18일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고리 1호기 안전성 최종 평가보고서’를 보면, 고리 1호기는 원자로 압력용기의 △최대 흡수에너지 △압력·온도 제한곡선 △가압열 충격 등 3가지 안전성 평가 기준을 모두 만족했다. 3가지 기준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설정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교과부는 2007년 6월 수명이 끝날 예정이던 고리 1호기의 수명을 2017년 6월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교과부 장관 고시에는 3가지 기준 가운데 최대 흡수에너지 부문만 명시돼 있다. 원자로 압력용기를 만들었을 때의 압력·온도와 차이가 크면 원자로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압력·온도 제한곡선과 가압열 충격 기준은 빠져 있고,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의 기준을 적용한 보고서를 교과부에 내면 되도록 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고위 간부는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심사를 앞둔 2000년대 중반에)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두 가지 기준도 교과부 장관 고시에 넣는 개정을 추진했으나, 당시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떠밀려 중단했다”고 털어놨다.
■ 미국 기준이면 안전? 한국수력원자력 쪽은 고리 1호기가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 기준을 충족한데다 고리 1호기와 같은 기종이 미국에선 설계수명이 40년이기 때문에 연장 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원자로가 같더라도 나라마다 기후와 지형 등이 달라서 실제 원자로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시뮬레이션(모의실험) 등을 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원전 16기를 연장 가동중일 만큼 경험이 풍부하지만 우리는 고리 1호기가 처음”이라며 “이후 뒤따를 월성 1호기 등의 수명 연장 평가 때는 누락된 두 가지 기준을 포함해 한국형 표준 고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연료를 감싸고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의 ‘최대 흡수에너지’ 허용 기준과 관련한 교과부 장관 고시도 논란거리다. 교과부가 1992년 처음 마련한 ‘원자로 압력용기 시험 기준’을 보면, 압력용기 노심 부위의 최대 흡수에너지는 ‘파괴검사’로 허용 기준(68줄 이상)을 만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비파괴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파괴검사에서 허용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자, 비파괴검사를 거쳐 10년 추가 운전을 허가받았다.
■ 1년 만에 심사 뒤 연장 허가 원자력법은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이 가시화한 2005년 9월에야 원전의 폐쇄 규정과 함께 수명 연장 규정을 추가했다. 이때 정부는 원전을 연장 가동하려면 원전 사업자가 수명 완료 2~5년 전에 평가 보고서를 정부에 내도록 하면서도, 예외를 뒀다. 법 개정일 기준으로 수명이 3년 안에 끝나는 원전, 곧 고리 1호기는 수명일로부터 1년 전까지 평가 보고서를 내면 되도록 해준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 평가 보고서’ 제출 마감을 이틀 앞둔 2006년 6월 평가 보고서를 교과부에 제출해, 2008년 1월 10년 연장 사용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조경태 의원은 “수명을 다한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1년 만에 평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완화해준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는 원전 사업자 쪽의 이해를 더 고려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 1년 만에 심사 뒤 연장 허가 원자력법은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이 가시화한 2005년 9월에야 원전의 폐쇄 규정과 함께 수명 연장 규정을 추가했다. 이때 정부는 원전을 연장 가동하려면 원전 사업자가 수명 완료 2~5년 전에 평가 보고서를 정부에 내도록 하면서도, 예외를 뒀다. 법 개정일 기준으로 수명이 3년 안에 끝나는 원전, 곧 고리 1호기는 수명일로부터 1년 전까지 평가 보고서를 내면 되도록 해준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 평가 보고서’ 제출 마감을 이틀 앞둔 2006년 6월 평가 보고서를 교과부에 제출해, 2008년 1월 10년 연장 사용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조경태 의원은 “수명을 다한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1년 만에 평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완화해준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는 원전 사업자 쪽의 이해를 더 고려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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