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물범
최근 3년새 100만마리 살상
한국, 기름 최대수입국 ‘오명’
국제단체 항의 등 비판 불러
한국, 기름 최대수입국 ‘오명’
국제단체 항의 등 비판 불러
해마다 봄이면 수십만마리의 하프물범이 캐나다 뉴펀들랜드와 래브라도 해안 그리고 세인트로렌스 만으로 내려온다. 바다얼음 조각에 올라가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사냥꾼들에겐 5월 초까지가 기회다. 하얀 모피를 얻기 위해 털갈이를 하기 전 새끼를 때려잡는다. 총으로 쏘면 모피가 상해 값이 떨어진다. 하얀 모피가 가장 비싼 값에 팔리지만, 일부 업체는 부산물인 기름과 고기를 버리지 않고 수출한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자료를 보면, 한국은 캐나다산 하프물범 기름의 최대 수입국이다. ‘오메가3’라고도 불리는 일부 건강식품에 바로 캐나다산 하프물범의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캐나다 수출량 175만6395t 가운데 84만2308t을 사들여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대부분 버려지는 고기도 일부 한국으로 수출돼 ‘오력탕’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최근 들어 수입량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하프물범 기름의 최대 수입국으로 국제 환경단체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모피는 노르웨이와 핀란드, 홍콩이 주요 소비국이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는 “캐나다에서는 최근 3년 동안 100만마리가 넘는 하프물범이 죽임을 당했고 이 가운데 97% 이상이 태어난 지 석달 미만의 어린 동물들”이라며 “캐나다의 하프물범 사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양동물 살상”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2009년 비윤리적인 포획방식으로 잡은 하프물범 생산물에 대해 판매 금지 조처를 내렸다.
북대서양에 사는 하프물범 개체수는 약 561만마리로 추정된다. 캐나다 정부는 1970년대에 비해 개체수가 3배 이상 늘었고 대구 어족자원을 훼손하고 있어 솎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쪽은 대구 어족자원의 붕괴는 1960년대 대형 선단 출현에 따른 남획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지난 3월부터 하프물범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 온라인쇼핑몰과 현대백화점 본점 등이 하프물범 기름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동물자유연대는 3일 밝혔다. 다른 업체도 하프물범 기름의 판매 이윤이 낮아서 대체재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옥 동물자유연대 전략기획국장은 “몸에 좋다는 디에이치에이(DHA) 성분은 값싼 다른 생선유에도 들어 있다”며 “물범이 건강에 좋다는 한국인의 속설 때문에 물범 기름을 다른 생선유에 섞어 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사진 휴메인소사이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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