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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캠프 캐럴서 발암물질 최대 2천배 검출

등록 2011-06-23 21:22

테트라클로로에틸렌 1110배
비소 2420배, 수은 808배
다이옥신 수치는 높지 않아
미군, 1992년 육군보고서·2003년 삼성보고서 공개

다이옥신 오염조사 이외에 다른 독성물질도 확인 필요 내달 고엽제 조사결과 주목

비소 2420배,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1110배, 수은 808배….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이 각종 독성·발암 물질에 고농도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주한미군이 공개를 꺼렸던 자체 환경오염 조사보고서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주한미군은 23일 캠프 캐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칠곡군과 주민들이 공개를 요구한 육군 공병단 보고서(1992년)와 삼성물산의 환경오염보고서(2003년)를 공개했다. 두 보고서는 각종 화학물질이 저장됐던 41구역과 이 물질 일부가 매립된 D구역의 토양과 지하수를 조사한 내용을 담았다.

먼저 ‘고엽제 드럼통’ 매립 여부는 이 보고서로는 알 수 없었다.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되긴 했지만 특별히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토양검사 결과 41구역과 D구역에서 다이옥신이 각각 2.04ppt(parts per trillion, 1조분의 1), 0.753ppt가 나왔다. 지하수의 경우 41구역에서 3.36ppq(parts per quadrillion, 1천조분의 1), D구역은 0.97ppq가 검출돼 미국(30ppq)과 대만(12ppq)의 먹는물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하수에선 다이옥신이 잘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수치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이옥신 검출치로 고엽제를 매립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오히려 주목되는 건 다른 화학물질이다. 지하수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많게는 2400배 검출됐기 때문이다. 캠프 캐럴 고엽제 의혹을 조사하는 한·미 공동조사단 관계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농도”라며 “그동안 한국에 반환된 미군기지에서도 이렇게 높은 농도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테트라클로로에틸렌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다. 두 물질은 국내 먹는물 기준치보다 각각 1110배와 47배 넘게 검출됐다. 공업단지와 강원도 춘천시 캠프 페이지 등 일부 미군기지에서 검출된 적이 있지만, 이렇게 높은 농도로 발견된 적은 없었다. 세정제와 유기용제 등으로 쓰이는 두 물질은 백혈병과 간암 등을 일으키는 맹독성 발암물질이다. 한·미 공동조사단의 캠프 캐럴 외곽 조사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확인된 바 있어, 이 물질이 기지에서 유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주한미군 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해, 한미공동조사단장인 버치마이어 주한미군 공병참모부 대령(가운데)이 23일 오후 캠프 캐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학물질은 발견됐지만 고엽제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칠곡/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북 칠곡군 왜관읍 주한미군 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해, 한미공동조사단장인 버치마이어 주한미군 공병참모부 대령(가운데)이 23일 오후 캠프 캐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학물질은 발견됐지만 고엽제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칠곡/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밖에 비소는 2420배, 수은은 808배, 페놀은 58배 넘는 농도가 검출됐다. 이 물질들은 일부 반환 미군기지에서 수십 배 수준에서 검출된 적이 있었다. 비소와 수은은 발암물질이고 페놀은 반복 노출될 경우 피부 발진과 신경 손상 등을 일으킨다. 벤젠, 바륨, 크롬 등도 기준치를 수십에서 수백 배 초과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다른 미군기지와 달리 독성물질의 종류가 다양하고 농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두 보고서는 미군이 제초제, 유기용제, 살충제 등을 드럼통에 담아 41구역에 보관했고 1976~81년엔 몇 차례 누출 사고도 일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 등이 드럼통 매립 지점으로 지목한 헬기장 바로 옆의 D구역엔 77~82년 가로 150m 세로 75m 깊이 6~9m의 구덩이에 화학물질이 매립됐고 82~83년 수거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미군 쪽 공동조사단장인 버치 마이어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은 “(2003년 조사 뒤) 지하수는 음용수가 아니어서 건강상 문제가 없는 걸로 결론내렸다”며 “테트라클로로에틸렌 등은 공기 정화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고엽제 매립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캠프 캐럴 기지 내 조사 결과는 다음달 말께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 합의문을 보면 다이옥신 오염 여부만 보게 돼 있다. 오염 실태가 공개될 경우 앞으로 진행될 다른 미군기지의 반환협상에 불리하다고 생각한 미군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송재용 환경부 상하수도국장은 “다이옥신을 제외한 다른 물질에 대한 분석과 공개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칠곡/구대선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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