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환경단체가 구성한 4대강 시민조사단원들이 지난달 19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해평면의 숭선대교 아래 역행침식이 벌어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상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3개 지천서 상류방향 깎임·준설뒤 재퇴적 관찰
“교각 안전보강하고 하상유지공 설치해야” 촉구
“교각 안전보강하고 하상유지공 설치해야” 촉구
4대강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낙동강의 지천에서 ‘역행침식’이 진행중인 사실이 정부가 의뢰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는 낙동강과 남한강 지천에서 발생한 강바닥 침식, 다리·제방 붕괴 등의 피해는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역행침식과 무관하다고 밝혀왔다.
16일 한국수자원학회의 이남주 경성대 교수(토목공학) 등 전문가 3명이 국토해양부의 의뢰로 낙동강 병성천·감천·황강 등 3개 지천을 현장점검한 결과, 지천 상류 쪽으로 진행되는 ‘역행침식’과 본류-지천 합류부에 모래가 쌓이는 ‘재퇴적 현상’ 등 낙동강 대규모 준설로 인한 부작용이 관찰됐다. 이 교수 등은 5월 말 국토부에서 조사를 의뢰받아 현장을 점검한 뒤 그 결과를 최근 수자원학회지인 <물과 미래>에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환경단체와 정부가 역행침식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던 병성천에서는 상류 1.3㎞ 지점까지 역행침식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 등 수자원학회 조사단은 △합류부 강바닥이 약 3m 깊이로 깎여나간 점 △병성교까지 오른쪽 둔치가 2m 깊이로 붕괴된 점 등을 역행침식의 현상으로 인정했다. 이들은 역행침식이 상류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병성교의 보강과 하상보호공 설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그동안 보도되지 않았던 황강에서 역행침식이 가장 활발히 일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낙동강 합류부에서 상류 5.5㎞까지 ‘비등 와류’(boil vortex)라는 특이한 현상이 관찰됐다. 본류의 대규모 준설로 지천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지천 강바닥의 점토가 소용돌이치며 솟구치는 현상이다. 조사단은 “이런 현상은 강바닥 경사가 급해지고 유속이 빨라져서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황강과 낙동강 합류부에는 다시 쌓인 모래 50만~60만㎥가 목격됐다. 거센 물살이 지천의 모래를 대규모로 끌고 내려와 낙동강 준설이 ‘헛일’이 된 것이다.
반면 감천의 역행침식은 미미했다. 조사단은 “하천을 횡단하는 차량 통행로가 두부침식(역행침식)이 상류로 전파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라며 “차량 통행로를 철거하면 두부침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사단은 지천이 제방 붕괴 등 총체적 위험에 놓였다는 직접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교각 안전 검토와 보강 △하상유지공 설치 △재퇴적 구간의 준설 중단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는 4대강 지천의 역행침식을 두고 “상류의 강수에 따른 일부 하상(강바닥) 변동”이라며 원인을 비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재퇴적에 대해선 “하천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등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무시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전문가에게 맡겨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옴에 따라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의 홍수방어기술개발연구단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조사 결과는 조만간 정부에 보고될 예정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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