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콘크리트에 갇힌 한강…예전에는 종종 고래도 봤다는데…

등록 2011-10-04 21:05

신곡·잠실 수중보 논란 왜?
88올림픽 앞두고 유람선 띄우려 상하류 수중보 만들고 물 가둬
박창근 교수 시뮬레이션 결과 보 철거해도 급격한 변화 없어
특히 신곡보만 철거땐 영향 미미 “한강 복원위한 대안 논의할 때”
2006년 4월 서울 한강 반포지구를 걷는 시민이 낯선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물고기라 보기엔 너무 컸다. 길이 1.4m. 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였다.

어떻게 돌고래가 한강에 왔을까? 한강 서쪽엔 신곡 수중보가 물길을 막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의 염형철 사무처장이 말했다. “만조일 때 신곡보 위로 강물이 월류됩니다. 작은 배도 넘어올 정도죠.”

과거에는 길 잃은 고래가 종종 한강에 올라왔다. 조선시대 <태종실록>에는 “큰 물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밀물을 타고 양천포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잠실보(서울시 자양동 잠실대교 하부)와 신곡보(경기 김포시 고촌면 김포대교 하부)는 제2차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따라 각각 1986년과 87년 완공됐다. 하천 수위를 유지해 취수를 원활히 하고 만조 때 짠물 유입을 방지한다는 목적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유람선을 띄우려는 의도도 컸다. 강가엔 콘크리트를 발랐고 두 보 사이에 물을 가뒀다. 이촌동 한강대교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한강 백사장’은 사라졌고 여울과 둠벙 등 고유의 하천 생태계도 볼 수 없게 됐다.

최근 신곡보와 잠실보 철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언급하자, 한나라당이 두 수중보를 철거하려는 것이라며 맞서면서부터다. 한나라당은 보 철거가 취수 중단과 수질 오염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1960~70년대 제1차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콘크리트 제방 축조에 이어 80년대 신곡·잠실 수중보 건설로 한강의 여울과 모래밭은 사라졌다. 한강 백사장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서울 시민들.  서울시 제공
1960~70년대 제1차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콘크리트 제방 축조에 이어 80년대 신곡·잠실 수중보 건설로 한강의 여울과 모래밭은 사라졌다. 한강 백사장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서울 시민들. 서울시 제공
수중보를 철거하면 어떻게 될까?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가 벌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취수 중단 사태를 불러올 만큼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두 보를 모두 철거했을 경우, 잠실보와 신곡보 사이의 강물 면적이 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감소 폭이 가장 큰 반포대교 부근은 강 너비가 약 300m 줄어들지만 대부분은 600m 이상을 유지했다. 한강 수심은 최대 2.5m 내려가지만 대부분 구간에서 수심 6m 이상 확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곡보만 철거할 경우엔 변화가 더욱 미미했다. 전 구간에서 수심이 약 0.5m 내려가는 데 그쳤다. 밀물 때 바닷물은 장항습지 근처까지 올라오고 여기서 강물과 맞물려 유속이 0에 가까워졌다. 이곳에서 역류된 강물은 한강대교까지 올라오지만 염분은 거의 함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경우 모두 서울에 식수를 공급하는 취수장이 있는 잠실보 상류의 수심 변화는 거의 없었다. 취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는 얘기다. 이는 이 구간에서 토사 퇴적으로 강바닥이 높아졌기 때문에 조석의 영향이 거의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보를 없애면 강물을 담아두는 물그릇이 사라지면서 강물이 빠르게 흐른다. 여울이 생기고 모래밭이 퇴적된다. 콘크리트 제방만 허물면 과거 한강 백사장을 복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염형철 사무처장은 “과거 백사장이 있던 이촌, 여의도, 광나루 중심으로 모래밭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도 신곡보에선 밀물이 되면 강물이 보 위로 역류한다. 2009년 암사동에선 콘크리트 둔치를 허무니 퇴적 현상이 일어났다. 염 사무처장은 “보 철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급진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자연은 천천히 자신을 복원할 것”이라며 “우선 신곡보 수문을 전면 개방하는 방안 등 한강 복원을 위한 대안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