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망치는 조력발전…‘친환경’ 꼬리표 떼라
서해 가로림만 등 4곳 주민반발로 추진 난항
“신재생에너지법 적용 일정규모 이상은 빼야”
“신재생에너지법 적용 일정규모 이상은 빼야”
충남 태안반도 북쪽에 있는 가로림만에 들어서면 바다인지 호수인지 헛갈린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162㎞에 이르는 거대한 유역이지만 서해로 나가는 입구의 너비는 2㎞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서 어선 50척이 해상시위를 벌였다. 가로림만 입구를 막고 세워지는 조력발전소 때문이다. ㈜가로림만조력발전은 이곳에 시멘트 방조제를 쌓고 댐처럼 바닷물을 막았다가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 들어 강화, 인천만, 가로림만, 아산만 4곳에서 동시에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설명회가 무산되고 환경영향평가가 난항을 겪는 등 주민 반대와 환경 훼손 논란에 부딪혔다. 각 지역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투쟁위원회가 활동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발전소 방조제에 바닷물이 막히면서 갯벌이 줄어들어 어업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조력발전소를 ‘조력 댐’이라고 부른다.
강화 조력발전소의 경우 지난 4월 환경부가 갯벌 피해 등을 이유로 사전환경성검토서 보완 지시를 내렸다. 인천만은 국방부가 공유수면매립계획에 대해 부동의 회신을 했다. 이에 따라 두 발전소는 지난 6월 공유수면매립계획을 확정하는 중앙연안심의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가로림만은 환경영향평가만 마치면 곧바로 착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관문의 열쇠는 환경부가 쥐고 있다. 하지만 ㈜가로림만조력발전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올해 초 보완 요청을 한 환경부는 다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서도 추가 보완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감 사업으로 분류돼 기술자문위원회를 연 결과 추가 보완 사항이 지적됐다”며 “쟁점은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 피해, 연안습지 훼손, 담수화로 인한 수질 악화와 어업 피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신재생에너지에 조력발전을 포함시킨 신재생에너지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력발전소 4개 지역 주민대책위는 “법률에서 해양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조력발전이라도 제외해야 한다”며 입법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조력발전소는 1966년 프랑스 랑스 발전소(시설용량 240㎿)가 건설된 이래 세계적으로 40년 넘게 상용 운전이 개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 경기 시화호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바닷물을 유통시키면서 세운 시화호 조력발전소(254㎿)가 가동되면서 이 발전소가 ‘두번째 상용 조력발전소’이자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가 됐다. 2014년 완공 목표인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의 시설용량은 520㎿로 다시 세계 최대가 된다.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대규모 환경파괴를 몰고 오는 조력발전은 선진국이 포기한 후진국형 발전 방식”이라며 “갯벌 훼손 없이 바다 한가운데 설치하는 조류발전소 등 다른 해양에너지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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