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 도로 3곳서도
올 2월 ‘세슘’ 검출됐는데
유통경로·교체작업 손놔
올 2월 ‘세슘’ 검출됐는데
유통경로·교체작업 손놔
정부가 지난 3월 방사성 물질이 든 아스팔트가 전국에 유통된 사실을 이미 알고서도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노원구의 주택가 도로에서 또다시 고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되는 등 ‘방사능 아스팔트’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3일 노원구 월계동 인덕공고 주변 도로 바닥에서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최대 3.07마이크로시버트(μ㏜)의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곳에 매일 앉아 있을 경우를 가정하고 계산한 연간 피폭선량은 26.89밀리시버트(m㏜)로, 일반인의 연간 허용 권고치(1m㏜)의 26배를 웃돈다. 이 지역은 지난 2일 주민 신고로 고농도 방사능이 확인된 월계동 주택가에서 1.2㎞ 떨어진 곳으로, 월계동 주택가와 같은 출처의 방사능 아스팔트가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능 아스팔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는 지난 2월 경주시와 포항시 도로 3곳에서 처음으로 방사능 검출을 확인했다. 당시 도로 바닥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이 최고 2.3μ㏜(경주시 감포읍 도로)에 이르자,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다음달 이런 사실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하고 공동조사를 벌였다. 그 뒤 실시된 아스팔트 성분 분석에선 세슘137이 기준치(10㏃/g 이하)를 웃도는 12.1㏃/g이 검출돼, 감포읍 도로 일부 구간은 ‘방사능 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해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해당 아스팔트 제조업체가 추가로 어떤 지역에 제품을 공급했는지 등 방사능 아스팔트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개월이 지난 이제껏 감포읍 도로의 아스팔트 교체작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경주시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해당 아스팔트를 교체하고 법적 기준치를 초과한 구간은 드럼통에 밀봉해 방사능 폐기물로 따로 처리한다고 들었다”며 “정부에서 ‘주민들에겐 영향이 없으니 해당 지역의 차단 조처는 필요 없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안전과의 오장진 박사는 “아스팔트에 들어가는 골재의 유통 경로가 워낙 복잡해서 추가로 어디로 공급됐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사능 폐기물로 분류될 정도의 아스팔트가 여전히 존재하는데도 원인 규명은 물론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방사능에 오염된 아스팔트를 즉각 철거하고 전국적인 유통 경로 조사와 주변 주민 역학조사를 실시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노원구청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만큼 1~2일 내 문제가 되고 있는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포장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김효진 기자 fandg@hani.co.kr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초안산길의 한 고등학교 주변 도로 바닥에서 계측기를 이용해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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