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한국 기상기록집’ 출간
삼국사기·유사 진기록 추려내
삼국사기·유사 진기록 추려내
“여름 5월 경주에 물고기가 비에 섞여 떨어졌다”
이런 현상을 ‘동물 비’(animal rain)라고 부르는데, 국내 역사서인 <삼국사기>에서도 신라 나물이사금 18년(373년)에 ‘물고기 비’가 내렸다고 전한다.
물고기 비는 기상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용오름이나 토네이도가 불 경우다.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은 “좁은 지역이 강하게 가열되면 소용돌이가 일면서 강한 상승기류가 생긴다”며 “이때 물고기나 개구리가 상승기류를 타고 빨려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용오름이 주변 적란운과 연결되면 하늘로 올라간 물고기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비와 함께 다시 땅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기상청이 8일 국내 고문헌의 기상·지진·천문 기록을 모은 <한국 기상기록집 1>을 펴냈다. 이번에는 <삼국사기> 739건, <삼국유사> 15건의 기록을 담았다. 두 고서에 나온 기상 현상 중 가장 흔한 것은 가뭄이다. <삼국사기>에서만 424건이 언급된 가뭄은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다. “2월부터 가을 7월까지 비가 내리지 않아 흉년이 드니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었다”(고구려 봉상왕 9년·300년)는 등의 언급이 자주 눈에 띈다.
유성(별똥별) 기록은 66건이 나오는데 이중 10건이 땅에 떨어졌다. 백제 비류왕 30년(333년) 때엔 “왕궁에 불이 나서 민가까지 연달아 태웠”을 정도다. 지진은 모두 97차례 기록됐다.
오로라에 대한 묘사도 눈에 띈다. <삼국사기>는 신라 자비마립간 21년(478년) “봄 2월 밤에 붉은 빛이 한 필의 비단처럼 땅에서 하늘까지 뻗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영신 과장은 “지금은 지자기의 변화로 시베리아에서나 오로라를 볼 수 있지만, 14~15세기까지 한반도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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