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멸종위기 114마리 사는데
잠수함이 쏘는 저주파 탓
음파 교란돼 떼죽음 우려
환경평가때도 조사 안해
잠수함이 쏘는 저주파 탓
음파 교란돼 떼죽음 우려
환경평가때도 조사 안해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이곳을 드나드는 잠수함의 저주파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114마리밖에 남지 않은 남방큰돌고래(사진)가 멸종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이 종의 서식 사실조차 누락하는 등 잠수함의 저주파 교란 가능성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자료를 보면,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도 연안에 114마리가 살고 있다. 고래연구소는 2007년부터 시작한 조사에서 이곳에 사는 돌고래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동해에서 흔히 발견되는 ‘큰돌고래’가 아니라 ‘남방큰돌고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방큰돌고래는 그동안 국내 서식이 보고되지 않아 천연기념물 등 법적보호종에서 제외됐으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등재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4번씩 개체 식별 조사를 했는데, 114마리가 하나의 무리를 이뤄 육지에서 1㎞ 안쪽 바다에서 불규칙적으로 이합집산하며 제주도를 계속 도는 습성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개체 수가 적은 무리에 속해 보존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방큰돌고래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생존 위협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래는 머리에서 음파를 쏜 뒤 되돌아나오는 반송파를 이용해 해저 지형을 인식하는데, 잠수함도 이런 방식으로 저주파를 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두 주파수가 동조되면서 고래 두개골 안의 귀와 음파 기관이 망가지고 길찾기 시스템이 교란된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고래의 집단좌초(스트랜딩)와 떼죽음의 상당수가 잠수함의 저주파 교란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바하마 연안의 민부리고래 집단좌초가 미 해군 잠수함 훈련 때문이라는 의혹이 과학자들에게서 제기됐고, 이듬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해군은 보고서를 통해 교란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008년 미국의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존협회(NRDC) 등은 잠수함의 저주파 탐지기(LFA) 사용 규제 등 대책을 요구하며 미 해군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적도 있다. 환경단체는 캘리포니아 주법원에서 승소했다가 연방대법원에서는 패소했다.
그러나 2009년 협의가 끝난 제주 해군기지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남방큰돌고래 서식 사실 자체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해군기지 주변에 정주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빠진 것 같다”며 “돌고래는 해군기지가 생겨도 멀리 피할 수 있으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먼바다와 해안가를 오가는 등 서식범위가 넓은 큰돌고래와 달리 남방큰돌고래는 해안가에 바짝 붙어 정해진 길만 다니는 특성 때문에 악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영웅 제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 환경과 잠수함의 영향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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