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퉁가리과 새 종 발견
우리나라 하천 중 상류의 물살이 빠르고 자갈이 많이 깔린 곳에는 흔히 탱가리라고 부르는 물고기가 산다. 이 물고기에 쏘인 사람들은 통증이 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름만 들어도 몸을 움츠린다.
퉁가리과 어류에는 한강 이북에 분포하는 ‘퉁가리’와 금강 이남에 출현하는 ‘자가사리’등 2종이 알려졌으나, 1987년 서원대 손영목 교수에 의해 충북 영동군 심천면 금강 중류에서 형태적으로 구분되는 새로운 종이 발견됐다. 손 교수는 이 종의 국명을 ‘퉁사리’라 하고, 학명을 리오바그라스 오베서스(Liobagrus obesus)라 명명했다. 그 뒤 충남 웅천과 만경강 및 영산강 수계에서도 아주 드물게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웅천에서는 1990년 보령 댐 축조 이후 서식 환경 변화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다른 수역에서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퉁사리는 몸 길이가 7~10㎝ 정도인 것이 흔하지만, 큰 것은 12㎝에 이르는 것도 있다. 몸은 약간 퉁퉁하면서도 옆으로 약간 납작하다. 체색을 보면 전체적으로 짙은 황갈색이지만, 등 쪽은 약간 진하고 배 쪽은 담황색이다. 위 턱과 아래 턱의 길이는 거의 같고, 입수염은 4쌍이며 가슴지느러미 가시 안쪽에는 3~5개의 톱니를 가지고 있다. 퉁사리는 염색체의 수가 20개로 다른 종에 비해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진귀한 종으로 주목받았다.
퉁사리는 여울과 소가 이어지는 수심 50㎝ 정도의 물 속에 있는 돌과 자갈 틈에서 밤에 수서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산란기는 5월 말~6월 중순경으로 평평한 돌을 입으로 물어 옮겨와 산란장을 만든 후, 암컷이 100~120개 정도 알을 덩어리 모양으로 돌 아랫면에 붙인다. 그러면 수컷은 정자를 내어 수정시킨 뒤 부화할 때까지 먹이도 먹지 않고 산란장을 애처롭게 지킨다.
이렇게 숨어 살면서 종족을 유지시키려는 퉁사리를 사람들은 큰 망치로 돌과 바위를 내려쳐 기절하게 만들어 잡아낸다.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으려고 강가 돌바닥을 걸어 다니기만 해도 퉁사리는 놀라 다른 곳으로 재빨리 달아난다. 하지만 계속되는 하천 환경 변화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이들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남한강 상류의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퉁가리 보쌈축제’를 하면서 퉁가리를 떼죽음시켜 식탁에 올리는 한심한 행사를 자랑삼아 벌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자연은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갈 공동 운명체임을 알아야 한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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