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중 강원대 교수가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만항재 부근의 1450고지를 가리키며 “가리왕산에 비해 경제성이 높고 환경파괴 우려가 적다”고 설명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평창올림픽 알파인 스키장 ‘주먹구구 선정’ 논란
가리왕산만 올림픽기준 충족?
환경 보호구역 훼손 불구
전문가 보고서 한장 없이
도 관계자 ‘눈대중 결정’ 환경단체 대체지 제안
만항재, 하이원 뒤편 위치
리프트 연결땐 활용 가능
“환경복원·지역개발 효과” 강원도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에 의한 입지 검토나 용역보고서 한 장 없이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에 알파인 경기장을 짓기로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강원도는 언론을 통해 “국내에서 올림픽 기준을 만족시키는 곳은 가리왕산밖에 없다”고 밝혀왔지만, 영월군 만항재 폐탄광 등 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대체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관계자는 25일 “2001년께 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면서 주경기장과 영동고속도로 인근 산들을 지도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가보는 방식으로 가리왕산을 선정했다”며 “전문가에 의한 정식조사를 벌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조사는 강원도청 시설처 관계자들이 임의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리왕산과 계방산, 발왕산 등 자연지역과 기존 시설인 보광휘닉스파크, 대명리조트 등 모두 13곳을 확인해, 가리왕산을 알파인 경기장 후보지로 최종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리왕산에 들어서는 슬로프는 시작 지점 1420m, 종료 지점 540m, 표고차 880m로 올림픽 기준을 만족시키지만, 희귀수종 주목이 사는 등 국립공원을 빼곤 남한에서 자연환경이 가장 우수해 논란이 되어왔다. 가리왕산은 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체의 개발행위를 할 수 없지만, 강원도는 특별법을 통해 알파인 경기장을 지을 예정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수백억원을 들여 올림픽을 유치한 것치곤 보고서 한 장 없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 없이 유전자보호구역을 훼손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관계자는 “대회가 확정되지 않은 유치단계였기 때문에 용역 조사 등은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녹색연합은 영월군 상동읍 만항재 일원의 폐탄광 지역도 올림픽 기준을 충족시킨다며, 경기장 코스 변경 등 국외사례도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휘중 강원대 교수(토양환경복원센터장)는 최근 ‘만항재 폐탄광 지역 대안론’을 제기했다.
지금은 부도가 난 명성그룹이 1980년대 대규모 리조트를 추진했던 이 지역은 국내 최대 스키장인 하이원리조트의 뒤편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23일 이곳을 현장 답사해보니, 철가루 때문에 계곡이 시뻘겋게 오염됐지만 폐탄광 입구를 막는 등 복원 사업이 진행중인 게 눈에 띄었다.
김 교수는 “만항재에서 가장 높은 1450고지의 경우 베이스로 이용할 수 있는 구래리까지 표고차가 900m가 나서 약 4㎞의 슬로프를 조성할 수 있다”며 “폐탄광 지역으로 지역 인구가 떠났지만 알파인 경기장을 지으면 환경복원과 지역개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은 표고차 800m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 기존 하이원리조트와 리프트로 연결이 가능해 숙박시설 등 배후단지 건설로 인한 추가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가리왕산의 경우 산 아래 부지가 좁고 환경파괴 우려가 커 배후단지 건설 계획은 백지화됐고 슬로프만 짓기로 한 상태다.
최근 강원도는 가리왕산 환경피해 최소화를 위한 ‘환경자문위원회’를 꾸리려고 환경단체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녹색연합은 가리왕산을 포함해 만항재와 무주리조트 등 표고차가 나오는 모든 지역의 환경성과 경제성을 검토해야 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월/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환경 보호구역 훼손 불구
전문가 보고서 한장 없이
도 관계자 ‘눈대중 결정’ 환경단체 대체지 제안
만항재, 하이원 뒤편 위치
리프트 연결땐 활용 가능
“환경복원·지역개발 효과” 강원도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에 의한 입지 검토나 용역보고서 한 장 없이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에 알파인 경기장을 짓기로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강원도는 언론을 통해 “국내에서 올림픽 기준을 만족시키는 곳은 가리왕산밖에 없다”고 밝혀왔지만, 영월군 만항재 폐탄광 등 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대체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관계자는 25일 “2001년께 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면서 주경기장과 영동고속도로 인근 산들을 지도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가보는 방식으로 가리왕산을 선정했다”며 “전문가에 의한 정식조사를 벌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조사는 강원도청 시설처 관계자들이 임의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리왕산과 계방산, 발왕산 등 자연지역과 기존 시설인 보광휘닉스파크, 대명리조트 등 모두 13곳을 확인해, 가리왕산을 알파인 경기장 후보지로 최종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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