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북쪽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에서 대규모 얼음낚시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토교저수지에서는 12일 서울시낚시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생활체육회와 철원군 등이 후원하는 ‘제6회 서울시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얼음낚시대회’가 열린다.
토교저수지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즐비한 국내 철새 도래지 중 하나다.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와 재두루미(˝ 203호)를 비롯해, 쇠기러기와 독수리(멸종위기종 43호)·흰꼬리수리(˝ 31호) 등 맹금류, 청둥오리·쇠오리·고니(˝ 37호) 등 물새류가 서식한다. 특히 두루미 300여마리, 재두루미 400여마리, 쇠기러기 7만여마리는 이곳에서 잠을 잔다.
대회를 일주일 앞둔 5일 현재, 전국 낚시동호회 홈페이지에서는 “민통선 내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얼음낚시대회”, “생태 보호가 잘 돼 어족이 풍부하고 대물이 많아서 기록을 갱신하기 좋다”는 등의 참가 권유 글이 나돌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회 참가인원은 1200명으로, 이미 1000명이 신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철원군 관계자는 “철원군 홍보의 기회이기 때문에 군과 협의해 민통선 출입 절차와 장소 사용을 협조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새 전문가들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민통선 북쪽의 철새 도래지에서 갑자기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부의 김수호 사무국장은 “철새 도래지에서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연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철새들을 쫓아내고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루미는 토교저수지 빙판 위에서 잠을 잔 뒤 해가 뜨는 오전 7시30분께 농경지로 먹이 활동을 나갔다가 오후 6시께 돌아온다. 쇠기러기는 농경지와 저수지를 하루 내내 오간다. 새들이 모이는 곳은 호수 중 얼지 않은 ‘물구멍’으로, 낚시대회 행사장에서 100미터 떨어져 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장은 “평소 철새들은 멀리 있는 차량에서 사람이 나오기만 해도 도망갈 정도”라며 “토교저수지 철새들은 사람을 많이 접하지 않아서 더 크게 놀란다”고 우려했다.
철원군은 오후 1시 이전에 행사가 끝나기 때문에 철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날이 추울 땐 두루미가 낮 12시가 돼서야 날아오르고, 쇠기러기는 먹이 활동 중에 물을 마시러 온다며 반대하고 있다.
철원군은 송어·빙어 축제 등 겨울축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들어 토교저수지를 겨울축제장과 생태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육군 6사단과 협의하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생태관광에는 이용자 규범과 관리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한꺼번에 1200명이 들어가는 것은 생태관광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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