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오른쪽)가 공연을 하고 있다. 제돌이는 2009년 5월1일 제주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것을 불법으로 잡아 거래됐다. 현재 추세라면 남방큰돌고래는 2050년께 20마리 이하로 줄어들어 사실상 멸종에 가까워진다. 고래연구소 제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14일 제주서 ‘야생방사’ 세기의 재판
불법포획 돌고래들은 자유를 얻는가
불법포획 돌고래들은 자유를 얻는가
남방큰돌고래 ‘제이비디(JBD) 09’는 3년 전만 해도 한라산 아래에서 헤엄치던 돌고래였다. 제이비디 09는 이제 ‘제돌이’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묘기를 부린다. 10여년 전에 잡혀 온 금등이, 대포와 함께 점프를 하고 끼룩끼룩 노래를 부른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에 사는 태산이(JBD 20), 춘삼이(JBD 21) 등 6마리도 마찬가지다.
국내 처음으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자는 야생방사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와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에서 쇼를 벌이는 남방큰돌고래는 불법 포획된 개체들”이라며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방사하도록 한 수산업법에 따라 이들을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퍼시픽랜드는 1990년부터 어민들과 미리 짠 뒤 남방큰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700만~1000만원에 사들였다. 2009~2010년에만 11마리를 잡았고 이 가운데 1마리인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 팔았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7월 해양경찰청 수사로 알려졌고, 검찰은 퍼시픽랜드 대표 등 3명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제보호종인 남방돌고래는 그물에 걸리면 바로 풀어줘야 하고, 죽어서 발견된 경우에도 해양경찰청에 신고해야 한다.
제주지방법원에서는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퍼시픽랜드에 남아 있는 돌고래 7마리 가운데 6마리(나머지 한 마리는 수족관 탄생 개체)를 몰수 대상으로 지목했다. 서울대공원 돌고래는 정당한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몰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8일 첫 돌고래 재판이 열렸다.
판사: “검사, 구형은 몰수형으로 할 생각인가요?”
검사: “그렇습니다.”
판사: “돌고래들이 방사되면 자연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될 것 같은데, 피고인은 의견서를 제출하셨죠?”
퍼시픽랜드 변호인: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고래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생존 가능성에 대해 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제주대학교 등은 사견임을 전제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습니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산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소는 2007년부터 야생에서 개체식별번호(JBD)를 붙이는 조사를 하면서 이 돌고래들이 우두머리 한 마리가 통솔하는 114마리 집단임을 확인했다. <한겨레>가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앞바다에 풀어줄 경우 야생 무리에 합류할 수 있을지 국내외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수석과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는 “원래 살던 곳에 야생방사장을 설치하고 야생적응 과정만 거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출신 범고래 권위자인 폴 스퐁 박사도 “산 먹이를 공급하면서 인간 접촉을 줄이고 전에 함께 살던 무리 옆에 방사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래연구소도 이런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랜드의 돌고래들은 잇따라 폐사하고 있다. 2009~2010년 야생에서 가져온 돌고래 11마리 중 이미 5마리가 숨졌다. 퍼시픽랜드 관계자는 “한 마리는 올 때부터 피부 농양이 있었고, 나머지는 폐렴 등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퍼시픽랜드 전직 직원들은 “아무리 수족관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이 죽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돌고래쇼가 노예제를 금지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이 미국에서 제기되는 등 전세계에서는 돌고래 방사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재판부에 돌고래를 풀어달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세계의 눈은 점차 1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릴 두번째 재판에 쏠리고 있다. 제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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