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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제주 앞바다에 적응훈련장을 설치하자”

등록 2012-03-02 22:50수정 2012-03-02 23:14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소 김현우 연구원은 국내에서 제주도에 114마리밖에 되지 않는 남방큰돌고래를 보존하려면 수족관에 갇힌 개체들을 야생 바다에 적응시킨 뒤 방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2009년에 그물에 걸려 죽은 남방큰돌고래의 머리뼈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소 김현우 연구원은 국내에서 제주도에 114마리밖에 되지 않는 남방큰돌고래를 보존하려면 수족관에 갇힌 개체들을 야생 바다에 적응시킨 뒤 방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2009년에 그물에 걸려 죽은 남방큰돌고래의 머리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김현우 고래연구원의 ‘야생방사론’

김현우(32) 고래연구소 연구원은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다. 2009년 이 돌고래의 국내 서식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데 이어 5년 이상 사진 작업을 통해 무리 개체 90% 정도에 식별번호를 붙였다.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는 사람의 지문처럼 각각 달라서 사진을 찍어 구별할 수 있다. 물론 그 훨씬 이전인 1990년부터 제주 서귀포시의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에서는 일반적인 큰돌고래와 다른 종이라는 걸 알면서 돌고래 쇼에 동원하거나 서울대공원에 팔아넘겼지만 말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17일 인터뷰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114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며, 멸종을 피하려면 현재 쇼를 벌이는 돌고래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연구원은 1998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앞바다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의 야생방사를 기록한 논문을 꺼냈다. ‘미샤’와 ‘에코’라는 이름의 큰돌고래는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달고 풀려난 이후 4~5년 뒤까지 관찰됐다.

114마리뿐인 남방큰돌고래
번호 붙이며 수년간 관찰
미역감고 놀던 해순이 태산이
공연장에서 쇼하고 있을 줄은…
암컷 돌아가면 수컷들 환영
제주올레길에서 볼 수도 있어

-야생방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나?

“방사 이전에 야생적응 과정만 거치면 충분하다. 제주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해 한두 달 정도 적응훈련을 시켜야겠지. 가장 중요한 게 먹이 포획을 습득하게 하는 거다. 수족관에서야 죽은 생선을 받아먹었지만, 여기선 산 생선을 줘야 한다. 운동능력과 함께 차가운 바닷물에 적응하는 법도 익혀야지. 논문에 나온 미샤와 에코는 수족관 생활을 2년 정도 했다.”

-2년 이상 갇혀 있었던 돌고래들은 위험한 건가?


“수족관 기간이 길수록 위험부담이 커진다. 나는 학자니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니, 2년을 말하는 것이다. 아직 야생방사 논문이 많아 나오지 않았고, 초기 연구는 위성위치추적장치가 없어 추적이 안 됐다. 기존 논문은 2년 이하 개체에서 확실히 성공했다.”

-야생방사 뒤에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를 찾아갈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남방큰돌고래는 해안가 1㎞ 안쪽에서 제주도를 돈다. 114마리가 하나의 집단인데, 소규모 무리로 만났다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제주도를 돈다. 이 때문에 방사 개체들이 원래 무리와 만나기 어렵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예전에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이다. 미샤와 에코는 방사 직후 길을 잘못 들어 좌초돼 구조를 받았지만, 제주 바다는 수심이 깊어서 좌초 가능성도 적다.”

-야생방사장을 설치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제주도 북동쪽 구좌읍 인근에 설치하면 좋을 거다. 바다가 잔잔하고 돌고래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이다.”

-맨 처음 남방큰돌고래를 어떻게 발견했나?

“2007년부터 제주에서 소형 고래류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동해에서 흔히 발견되는 큰돌고래와 다르더라. 부리가 길고 몸통이 작았다. 2009년 그물에 걸려 죽은 개체를 넘겨받아 골격학적 분석을 해보니 확실해졌다. 이듬해 학술지인 <애니멀 셀스 앤 시스템스>에 국내 미기록종으로 보고했다. 그동안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및 온대의 연안지역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조사 도중 돌고래 쇼에 동원된 것도 알게 됐겠네.

“2009년 퍼시픽랜드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옛날에 본 지느러미를 가진 돌고래가 있더라. 후딱 등지느러미 사진을 찍고 연구소에 가서 식별 카탈로그와 대조해보니 야생에서 살던 21번(JBD21) 개체였다. 그사이 잡혀와 돌고래 쇼를 하고 있었던 거다.”

나중에 취재해 확인해보니, 21번 개체는 지금 퍼시픽랜드에서 공연하는 춘삼이로 밝혀졌다. 78번 개체는 해순이, 20번 개체는 태산이, 9번 개체는 서울대공원 제돌이… 이런 식이었다. 한쪽에선 매년 네차례씩 바다에서 식별번호를 붙이면서 관찰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그물에 걸린 걸 잡아다 공연장으로 끌고 간 것이다.

-현재로선 멸종할 가능성이 높나?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리다. 다른 지역의 개체군은 적어도 200~300마리는 되지만 제주는 114마리뿐이다. 그런데 2009년 8마리, 2010년 10마리가 혼획(물고기 그물에 걸려 잡힘)됐다. 대부분은 수족관 돌고래 쇼로 공급됐고. 연평균 혼획률이 7.9%나 되는 셈인데, 114마리밖에 없으니까 이 정도면 얼마 안 가 멸종한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살았을까?

“적게 잡아도 200마리 이상이 살았을 거다. 해녀들도 두 배 이상 많았다고 하고. 울릉도만한 일본의 미쿠라 섬에도 지금 200마리가 사니까.”

-남방큰돌고래의 지능이 높다고 들었다.

“날치, 전갱이를 겁주면서 가지고 노는 걸 많이 봤다. 넙치를 장난으로 몰고 다니고, 등지느러미에 미역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아이도 봤다. 미역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통을 돌리면서 수영하더라. 그물에는 4~10살 사이 미성숙 개체가 주로 걸리는데, 아직 어미한테서 독립하지 않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이 그물에 갔다가 그런 일을 당하는 것 같다. 원래 돌고래가 다니는 길은 따로 있거든. 최근 수족관에 잡힌 개체는 암컷이 많다.”

-이런 지능을 봐선 돌고래들이 수족관에 갔다 온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줄 것 같다.

“암컷들이 방사돼 돌아가면 수컷들에게 환영받을 거다. 수컷들이 암컷을 차지하려고 얼마나 싸우는데…. 제주올레길 걸으면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다. 제주도 서쪽 애월읍과 한림읍, 동쪽 구좌읍이 자주 관찰되는 지역이다.”

울산/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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