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바닥까지 파헤쳐 훼손 우려
명승 제9호인 전남 진도군 신비의 바닷길을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파헤쳐 바다 생태계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22일 오후 6시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에서 의신면 모도리를 잇는 바닷길이 드러나자 관광객 수십만명 가운데 상당수는 조개를 캐기 위해 호미로 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일부 관광객들과 주민들은 삽과 괭이까지 동원했다. 바닷길 앞 노점에선 조개잡이용 호미가 3천원씩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인천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캐나다인 데이브(30) 일행 4명은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는데 참 독특한 자연현상이다”라며 “그런데 정말로 조개를 먹으려고 저렇게 잡는 것이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장강우(49·경남 사천시)씨는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 바닥을 파헤치는 것 같아 보기에 안 좋다”고 말했다.
“삽, 괭이, 호미로 바닷길을 파헤쳐 조개 등을 채취하면 원형이 상실될 우려가 있으니 호미 등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는 안내판이 바닷길 앞에 서 있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였다.
관광안내소 자원봉사자 가쓰코(42)는 “호미를 들고 가지 말아달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그 재미로 오는데 무슨 소리냐’고 화를 내는 관광객까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몰려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문화 전문가들은 “경관이 뛰어난 곳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그 구역 안에서는 현상 변경을 막고 주변 동식물까지 법률로 보호해야 한다”며 “바닷길도 지나치게 상품화하면 원형이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도군은 지난해까지 5월 한차례만 ‘영등제’라는 이름으로 바닷길 축제를 개최했으나, 올 들어 3·5·7월 세차례로 늘렸다. 올 세번의 축제 기간에 진도 바닷길을 찾은 관광객은 150만여명(군 추산)으로 지난해 60만여명보다 약 2.5배 늘었다. 특히 22~24일 사흘 동안에만 100만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진도/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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