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아름다워 슬픈 고기여
색깔이 아름다워 슬픈 고기여
아름다우면서도 귀여운 물고기로 알려진 납자루 종류는 우리나라에 각시붕어를 비롯한 14종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몸길이가 보통 5~7㎝로 작으면서 옆으로 납작하고, 산란기에 수컷이 화려한 혼인색을 띠며, 암컷이 민물조개 몸 안에 알을 낳는 것이 특징이다.
임실납자루는 겉모양이 우리나라 하천에 흔한 칼납자루와 비슷하다. 하지만 산란기가 되면 암컷의 산란관이 아주 길어져 꼬리지느러미에 도달할 정도가 되고, 알 모양이 마름모형인데다, 수컷이 몸체 옆 뒷쪽에 보라빛 광택을 띠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한 칼납자루가 말조개의 몸 안에 알을 낳는데 비해 임실납자루는 두드럭조개 종류에만 알을 낳는 것도 흥미롭다. 이들은 서식 장소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칼납자루는 흐르는 물 속 자갈이 겹겹이 쌓인 곳에 살지만, 임실납자루는 물이 고인 웅덩이의 펄과 모래 바닥 위에 부들과 같은 수생식물이 자라는 곳에서 산다.
필자는 이런 특징을 정리하여 임실납자루를 1991년 신종으로 발표하면서, 이 종이 섬진강에서도 전북 임실군 관촌면의 좁은 수역에만 사는 것으로 알고 학명을 아케이로그나더스 섬진엔시스(Acheilognathus somjinensis)라 명명했다. 그러나 최근 생물다양성연구소 양현 박사의 조사 결과 이 종이 순창, 곡성, 화순 등 섬진강의 다른 수역에서도 드물게 출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민물고기 암컷은 대개 수천, 수만 개의 알을 낳지만, 납자루 종류는 보통 100개 미만을 산란해 집단의 크기도 아주 작은 편이다. 납자루 가운데서도 임실납자루는 1960년에 이미 멸종된 서호납줄갱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서호납줄갱이와 마찬가지로 분포지가 매우 좁고 개체수가 적은데다, 운동력이 느리고 색깔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눈에 잘 띄어 남획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빈번하게 계속되는 하천정비사업의 영향으로 민물조개가 하천에서 점차 사라지면서 이들의 산란과 부화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필자는 이처럼 위기에 처한 임실납자루를 보호하기 위해 수년 전 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호 방안을 건의했다가 “그런 종류는 먹지도 못하고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있다. 임실납자루와 같이 그 지역의 자연 환경을 대변해 주는 생물종의 경제적, 환경적, 심미적 가치를 높게 인정하는 때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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