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무감축국 편입 선제적 대응 ‘의미’
무상할당 많고 처벌규정 약해 실효성 논란
무상할당 많고 처벌규정 약해 실효성 논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산업체에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는 배출권 거래제가 2015년부터 시행된다.
국회는 2일 저녁 본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연간 2만5000이산화탄소톤(CO₂t,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환산한 값) 이상 배출하는 단일 사업장이나, 보유 사업장들의 배출량 합계가 연 12만5000이산화탄소톤이 넘는 업체 등은 2015년부터 정부 할당위원회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고, 할당량 이하로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남는 배출권은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하는 업체에 팔 수 있게 된다. 제철, 시멘트, 발전, 제지 등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사업장을 가진 업체들과 에너지 다소비 업체 등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차지하는 450여개 업체가 적용 대상이다.
배출권 할당은 총량의 95% 이상을 무상으로 하고, 유상은 5% 미만으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강제 감축을 요구할 경우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거나 외국으로 사업장을 옮길 가능성이 높은 업종 등에 대해선 100% 무상 할당도 가능하게 했다. 확보한 배출권 규모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한 업체는 초과 배출 1톤당 10만원 이하 또는 배출권 시장평균가의 3배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부터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온실가스 의무감축체제 구축이 합의돼, 선제적 대응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이 제도 도입으로 세계 탄소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산업계의 압력으로 법안에 무상할당 비율 확대와 불이행에 대한 처벌규정 약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점을 들어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마련된 배출권 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배출권 할당과 검증에 대한 관리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출권을 과다하게 할당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무런 감축노력 없이 배출권을 파는 업체마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이 배출량 검증에 대한 평가와 인증을 단일 기관이 아니라 주무관청별로 하게 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무관청에 따라 검증 강도가 달라지면 기업체별 배출권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아 국제사회의 불신을 살 수도 있다. 이어질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그동안 산업계를 주로 대변해온 지식경제부와 국제 기준을 요구해 온 환경부 사이의 힘겨루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 강도 높은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처음 도입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지만, 배출권 할당과 관리를 얼마나 엄격하게 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정수기자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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