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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닭 잡은 방송연출

등록 2012-06-01 19:42수정 2012-06-02 10:54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알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동물 프로그램 많아졌네’ 하고 중얼댔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부터 아이들 대상 프로그램, 동물판 인간극장, 펫 버라이어티 등 주제와 구성이 다양하고, 각종 오락·교양 프로그램에도 동물이 등장하는 꼭지가 늘었다. 한때 지상파에서 동물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다가 비슷한 구성에 결국 한 프로그램만 살아남았는데 종편이 생기면서 다시 동물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이 달갑지 않다.

동물 프로그램이 흥하는 이유는 방송사에 안정적인 시청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티브이가 주야장천 동물 프로그램 재방송을 내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동물 프로그램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기는 하다. 언젠가 지방 출장을 마치고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대기실 티브이 앞에서 작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고향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젊은이가 들어오더니 음악 프로로 휙 채널을 돌려버린 것이다. 그러자 어르신이 싫은 내색을 하시며 다시 채널을 돌리고. 이런 와중에 한 분이 <동물의 왕국>으로 채널을 돌렸고 순간 대기실은 평화를 되찾았다.

이렇듯 큰 장점을 가진 동물 프로그램이지만 소재가 생명이니만큼 책임감이 따른다. 한때 여러 마리 시추가 사는 가정의 행복한 모습이 오랜 기간 전파를 탔고, 그 여파로 시추를 입양하는 집이 늘었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시추도 많았다. 티브이 속 귀엽고 예쁜 모습만 보고 생명을 들였다가 동물과 사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니 버리게 되는 것이다. 동물 프로그램의 지나친 예능화, 의인화의 결과이다.

제작 과정도 문제다. 동물은 제작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출연진이 아니다. 쉽게 원하는 영상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묵묵히 기다려도 원하는 장면을 건질까 말까이다. 그런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간은 돈일 것이고, 과연 무작정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우리 집 건너편 집 마당엔 닭이 살았다. 이름은 알. 동물사랑이 깊은 그 집 가족들은 마당에 사는 닭 알이와 토끼를 알뜰살뜰 보살폈다. 집이 비는 명절 때면 내가 가서 밥을 주곤 하면서 나도 알이와 친구가 되었다. 내가 창문에 매달려 “알이야” 부르면 알이는 목소리를 기억하고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며칠 전 알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방송사에서 섭외가 와서 촬영을 했는데 그 후 앓다가 죽고 만 것이었다. 촬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제작진은 알이의 목욕하는 모습 등 실내에서 지내는 모습을 촬영했다. 알이는 마당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목욕, 실내생활과는 거리가 먼 닭이었다. 그저 마당에 사는 닭의 모습이 방송거리가 안 되고, 방송 분량이 안 나온다면 접었어야지. 분통이 터졌다.

동물은 ‘촬영이 힘들다. 쉬고 싶다’ 등의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한다. 사람이 대변을 해줘야 하는데 일단 촬영이 시작된 상태에서는 제작진한테 의견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티브이 출연은 좋은 추억이니 조금 참자는 마음도 생기고, 무엇보다 여러 명의 제작진이 고생하는데 제동을 걸기가 미안하다. 제작진이 이런 점을 고려하지 못하면 연출된 장면은 점점 더 전파를 탈 것이고, 단지 흥밋거리의 소재로 소비되는 동물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나는 동물 프로그램의 홍수를 우려한다.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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