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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생존의 극한 현장 ‘극지 생태계’

등록 2012-07-06 20:19

바닷물이 얼면서 소금물과 바닷물의 밀도 차이로 생기는 소금 고드름. 해저 쪽으로 뻗어나가며 불가사리 등 모든
생명체를 가둬버린다. 궁리 제공
바닷물이 얼면서 소금물과 바닷물의 밀도 차이로 생기는 소금 고드름. 해저 쪽으로 뻗어나가며 불가사리 등 모든 생명체를 가둬버린다. 궁리 제공
<프로즌 플래닛>
몇 해 전, 미국 알래스카 툰드라 위를 날고 있을 때 잠깐 외계 혹성으로 진입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무채색의 대지에 에스(S)자로 가르는 강과 쇠뿔 모양의 우각호가 2차원적인 율동감을 자아냈다. 그 뒤 북극에 빠져들었다. 텅 빈 고위도의 사막, 북극곰과 고래가 헤엄치는 바다, 숨진 이누이트(에스키모)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때마다 뜨는 오로라. 세계적인 탐험가와 생태주의자를 매혹할 만하지 않은가?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생태주의자 팔리 모왓은 자신이 ‘북극 열병’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스콧과 섀클턴의 시대 훨씬 이전부터 극지 탐험을 주도한 영국인들도 북극 열병의 환자들이다. 최근에는 공영방송 <비비시>(BBC)가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디지털 파이어니어’로 나서고 있는데, ‘살아 있는 지구’(플래닛 어스)와 ‘아름다운 바다’(블루 플래닛) 등 ‘플래닛 시리즈’는 자연 다큐 프로그램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지난 5월 국내에서도 방송된 이 시리즈의 최근작 <프로즌 플래닛>에서 제작진은 남·북극에만 집중했다. 여기서 드러난 생태계의 모습은 다큐를 넘어 과학적 발견의 무게를 지녔다. 그리고 책임 프로듀서인 앨러스테어 포더길 등은 압도적인 사진으로 무장한 ‘극지 생태계 개론서’를 내놓기에 이른다.

북극곰이 레슬링을 하고 황제펭귄이 새끼를 발밑에 품는 극지 사진집의 뻔한 이미지에 혹할 필요 없다. 극지 생물학자도 놀랄 발견에 집중해야 한다. 범고래들이 북극 바다얼음의 좁은 개빙구역에서 일렬로 머리를 세우고 망을 본다. 타깃은 저 멀리 얼음조각 위에 앉은 웨들물범이다. 고래들은 파도를 일으켜 웨들물범을 바다에 빠뜨려 잡아먹는다.

<프로즌 플래닛> 앨러스테어 포더길·버네서 벌로위츠 지음, 김옥진 옮김/궁리·4만5000원
<프로즌 플래닛> 앨러스테어 포더길·버네서 벌로위츠 지음, 김옥진 옮김/궁리·4만5000원
피 튀기는 싸움 끝에 경쟁자를 쫓아내고 암컷과 짝짓기하는 북극곰, 발자국을 일렬로 쫓아 들소떼를 공격하는 북극늑대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북극 생태계의 빈 공간을 책은 과학적 설명으로 메운다. 남극 사우스조지아섬에는 백갈색의 ‘펭귄 꽃’이 피었다. 하얀색 임금펭귄과 털갈이를 못한 갈색 새끼가 어우러져 한 폭의 점묘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치 땅속으로 뿌리가 뻗듯이 바다얼음이 분당 1m의 속도로 해저에 뿌리를 내리는 ‘소금 고드름’을 잡아낸 것도 생물학적 성과다.

이 책의 장점은 문자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영상으로 봤으면 흘려보냈을 자연 다큐의 이미지들이 21세기 스콧과 섀클턴의 과학적 증언록으로 재탄생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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