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남한산성(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일대)에서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사진) 한 쌍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발견된 팔색조는 둥지를 틀고 알을 4개나 낳았으나 부화에 실패했고 발견된 지 두 달 만에 자취를 감춘 상태다.
남한산성 생태연구회(회장 임봉덕)는 20일 “지난 5월18일 남한산성 도립공원 안 우거진 숲에서 천연기념물인 팔색조 한 쌍을 발견해 두 달 가까이 관찰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남한산성 안에 서식하는 조류를 관찰해왔는데 팔색조를 발견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된 팔색조는 우거진 숲속 어두운 바위 틈이나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와 중국 동부 등 매우 국한된 지역에서 번식하는 아름답고 희귀한 여름새이다.
남한산성의 팔색조는 곧바로 둥지를 틀고 알 4개를 낳고 포란(알품기)을 하는 모습이 지난 7월5일까지 관찰됐으나, 13일 오후 갑자기 알은 깨지고 팔색조 부부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임 회장은 “팔색조가 자취를 감춘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최근 무분별한 등산로의 개척 등으로 서식지가 잠식된 것이 주된 원인일 수 있다”며 “독특한 자연생태 환경을 지닌 남한산성 안 숲의 이용 장기계획 수립이 시급하다”고 아쉬워했다.
남한산성 안에는 현재까지 이번에 발견된 팔색조를 포함해 참매와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검독수리, 까막딱따구리 등 모두 16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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