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대포·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하수처리장 방류수 기준보다 30배 높아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일부 해수욕장의 바닷물에서 해수욕에 적합한 해역수질 기준치를 최대 90배까지 넘는 대장균이 나왔다. 특히 이 해수욕장들의 바닷물 수질은 장마 뒤 오염물의 유입으로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실이 지난달 국립해양수산과학원에 의뢰해, 해수욕장 이용객이 연간 100만명 이상이거나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실시한 수질검사에서 해수욕장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전국 8개 해수욕장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이 해수욕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대장균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는 바닷물 100㎖당 최대 9만2000마리, 을왕리해수욕장에서는 9200마리의 대장균이 검출됐다. 이는 해역수질 1급 기준(1000마리/100㎖)의 9배에서 92배에 이르는 것이다.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기준(3000마리/100㎖)에 비해서도 최대 30배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장마가 끝난 직후와 지난달 말 등 실시한 조사를 비교해 본 결과, 다대포와 을왕리는 물론 변산,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 등이 모두 장마 직후 실시한 조사 때 오염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배설물에 의한 오염을 나타내는 분원성대장균의 검출 결과를 보면, 다대포해수욕장에서 7월 말 100㎖당 평균 963마리였던 것이 장마 직후에는 평균 1만9667마리, 광안리해수욕장은 7월말 100㎖당 평균 46마리였으나 장마 직후는 평균 3333마리, 해운대해수욕장은 평균 1.8마리에서 2033마리로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균은 검출 방법이 간편해 분뇨 오염의 지표로 흔히 사용된다. 대장균이 검출되면 이질균, 장티푸스균, 살모넬라균 등과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김영주 의원은 “오염된 하천수, 상업시설로부터 배출 되는 미처리 오수 등 다양한 오염원이 해수욕장 바닷물 오염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대포와 을왕리해수욕장과 같이 대장균 오염이 매우 심각한 해수욕장은 즉각 해수욕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비온 뒤 1~2일 동안은 해수욕장 이용을 자제하도록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해수욕장 수질검사에서는 부산 다대포, 인천 을왕, 경남 남해월포해수욕장 등 3곳이 개장 전 검사에서, 다대포와 을왕 이외에 인천의 사탄·왕산, 경남의 구조라·덕포·흥남해수욕장 등 7곳이 개장 기간 중 검사에서 해수욕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 조사된 해수욕장은 경포대, 하조대,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을왕, 변산, 대천해수욕장 등이다.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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