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폐막식 모습. 이번 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장신성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신임 총재가 폐막 연설을 하는 모습이 무대 앞 대형 화면에 비치고 있다.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 제공
세계자연보전총회 뭘 남겼나
황해 보존 등 한국 관련안 채택
64년만에 동아시아인 총재 탄생
강정마을 부스 설치 끝내 불허
환경단체 “집행부, 중립성 포기”
황해 보존 등 한국 관련안 채택
64년만에 동아시아인 총재 탄생
강정마을 부스 설치 끝내 불허
환경단체 “집행부, 중립성 포기”
“유명한 철학자인 노자는 인간이 자연에 통합된 일부라는 뜻으로 ‘천인합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총회의 핵심 주제인 자연에 바탕을 둔 해결책이라는 개념은 중국에서 2600년 전 이미 말했던 것과 같습니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4년 뒤 열릴 다음 총회 때까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을 이끌어갈 신임 총재로 선출된 중국의 장신성 ‘에코포럼 글로벌’ 공동 설립자는 15일 열린 폐막식에서 “이번 총회가 자연보전을 통해 좀더 번영되고 조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자연보전총회 사상 처음으로 동아시아에서 개최된 이번 총회는 자연보전연맹 64년 역사상 처음 동아시아 사람을 신임 총재로 선출하는 기록도 남겼다.
총회 기간 열흘 동안 전세계 153개 나라에서 온 자연보전 관련 전문가 5000여명을 비롯한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캐리비언해의 산호초 감소에 대한 조사 결과 등 지구의 자연환경 상태와 관련된 최신 자료들을 바탕으로 자연보전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이를 통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코끼리와 코뿔소의 밀렵 저지, 수은 오염으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조약 마련, 야생동물 상대 범죄에 대한 더 엄격한 법집행 추진 등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중점 사업으로 승인했다. 급감하고 있는 대서양의 블루핀 참치군과 멸종위기에 있는 돌고래종의 보호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결의안,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적 곰 사육의 근절을 촉구하는 결의안 등도 의결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세계리더스대화라는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이를 한국판 다보스 포럼이라 할 세계리더스 보전 포럼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제주선언문에 포함시켜 채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황사피해 저감을 위한 국제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 황해의 생태계 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등 한국적 특성을 반영한 발의안도 다수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공식 결의안으로 채택되게 해, 우리의 환경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도 중요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히는 것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집행부가 한국 내 환경 현안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한국 정부 쪽에 기운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들은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의 환경적 문제점을 알리려는 총회장 홍보부스 설치가 끝내 무산된 것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중립성을 포기한 단적인 예로 간주하며, 자연보전연맹에 깊은 불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가 강정마을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회식에 참석하러 오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일본 지부 대표의 입국 신청까지 거부할 정도로 국외 환경평화 운동가들에 대한 입국 거부조처를 남발했다는 점도 문제다.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17일 “세계자연보전연맹과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총회에서 정부와 자본, 군사주의에 굴복하고, 과학적 근거로 자연 생태계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중립적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국제 비정부기구 사회에 이번 총회의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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