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시티지역에 있는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거래소인 유럽기후거래소(ECX)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컴퓨터 화면의 배출권 시세표를 보며 거래를 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소가 운영될 예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가별로 배출권 과다 할당돼
잉여분 쌓이면서 휴짓조각 위기
기후협상의 핵심 이슈로 떠올라
한국 2015년 배출권 거래제 시행
“할당량 엄격히 책정해야” 목소리
잉여분 쌓이면서 휴짓조각 위기
기후협상의 핵심 이슈로 떠올라
한국 2015년 배출권 거래제 시행
“할당량 엄격히 책정해야” 목소리
한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지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탄소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유럽 탄소시장의 배출권 가격은, 유엔이 인증하는 청정개발체제(CDM)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되는 배출권(CERs) 기준으로 2008년 상반기까지 20달러선을 유지했으나 이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사라지면서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톤당 5달러 밑으로 추락한 상태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내년부터 시작될 2차 감축을 위한 기후협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쳐 가격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국가별 할당 배출권(AAUs)이 과다 할당되면서 만들어진 막대한 양의 잉여 배출권의 처리 문제가 국제 기후협상의 의제로 떠오르면서, 그 처리 방향에 따라 탄소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탄소시장 전문 분석기관인 ‘톰슨 로이터 포인트 카본’은 이달 초 발표한 탄소시장 보고서에서 “교토의정서에 따라 국가별로 할당된 배출권 가운데 131억t이 1차 감축 공약 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잉여분으로 쌓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권 국가들이 대부분 쥐고 있는 이 잉여 배출권은 사회주의 경제체제 몰락으로 이들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배출권 할당 기준연도인 1990년 수준보다 자연스럽게 대폭 줄어들면서 남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는 무관할 뿐 아니라, 다른 감축의무국들이 구입해 감축 의무를 피하는 데 활용하면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키게 돼 이른바 ‘핫에어’로 불리는 것들이다.
탄소시장에 대한 신뢰가 점점 약화돼가는 상황에서 이처럼 막대한 잉여 배출권의 존재는 언제든 배출권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내에서는 이미 할당된 배출권 가운데 일정량을 회수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탄소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회원국 사이의 이견으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1차 감축 공약 기간에 발생한 이 잉여분의 처리 문제는 탄소시장의 미래뿐 아니라 내년부터 2차 감축을 시행하기 위한 기후협상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들은 이달 초 타이 방콕에서 열린 도하 제18차 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18) 준비회의에서 선진국들에 1차 감축 공약 기간의 배출권 잉여분을 2차 감축공약 기간으로 이월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2020년부터는 잉여 배출권을 전량 무효화할 것도 제안해, 향후 기후협상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유럽 탄소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가격이 최소 25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1차 감축 공약 기간이 시작된 2008년 이후 배출권 가격이 25달러를 넘은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감축목표 설정이나 배출권 할당과 관련된 제도 운영 실패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럽 탄소시장 운영에서 드러난 이런 문제점들은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에는 좋은 반면교사인 셈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중기감축목표에 상응하는 연도별 총 배출 허용량을 명확히 설정한 뒤 이에 따라 엄격하게 배출권을 할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배출권 거래제의 성공은 할당에 달려 있다”며 “감축목표에 따라 배출권 할당 총량을 잘 결정해 부문별·기업별로 엄격하면서도 형평성 있게 나눠주고, 기업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배출권이 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탄소시장 주변에서는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2015년부터 개장될 탄소시장이 유럽 탄소시장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정개발체제 배출권에 대한 추가 수요 발생과 두 시장의 연계에 따른 유동성 확대 등을 염두에 둔 기대다. 유럽연합은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는 2018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연계하는 계획에 합의한 상태다.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가 유럽 탄소시장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제도가 국제 기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시행령 제정 마무리 작업 결과가 주목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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