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노부부에 노처녀, 나이 든 고양이가 사는 오래된 집의 아침이면 고요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우리 집은 늘 분주하다.
“아빠, 애들 다 왔어요.”
“오늘은 다들 일찍 왔네.”
동네 길고양이들이 마당에 하나둘 모여들자 아빠가 아침밥을 먹일 채비를 하고 엄마도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긴다. 70대의 캣맘과 80대의 캣대디. 아마도 길고양이 돌봐주는 이로는 최고령이 아닐까. 그렇다고 두 분이 처음부터 고양이에게 쉽게 마음을 연 것은 아니다.
6년 전쯤 내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자주 전했더니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두 분. 특히 14살이나 먹은 우리 집 노견에게 살갑게 굴며 다가온 검은 고양이는 편견을 깨는 매개체가 되었다. 길에서 먹고, 임신하고, 출산하고, 죽어가는 길고양이의 삶에 대해 알게 되고 연민을 느끼게 된 듯했다. 때로는 부모 세대가 매정한 듯 보여도 그들 마음속에는 힘든 시절을 견디며 자식들을 먹여 키워온 헌신성과 온정이 감춰져 있고, 동물들은 그 감정을 끄집어내는 데 선수가 아닌가. 가끔 마당에 나타난 ‘도둑’고양이에게 뭐라도 주려고 다가갔다가 ‘하악’거리는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는 엄마는 그런 당신이 지금 이렇게 고양이를 챙기며 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동물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건 대부분 남자 쪽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지만 남편, 아빠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마음을 열면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아빠와 반려동물이다. 광고에도 있지 않은가. 택배가 오면 온 가족이 ‘빠름빠름빠름’ 속도로 달려가지만, 아빠가 귀가했을 때 달려가는 건 강아지뿐인 것을!
2009년 용산참사 때 희생된 양회성씨도 대개의 한국 중년남자였다. 개를 끼고 사는 부인이 한심했고, 짐승과 같이 사는 게 싫어서 슬리퍼를 던져 겁을 주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천천히 강아지 방실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딸바보’가 되어갔다. 방실이는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힘들어하는 아빠에게 위로였고 위안이었다. 방실이가 중년의 남자가 50년이 넘도록 지켜온 편견을 깨는 매개체가 되어준 것이다. 방실이는 아빠가 참사로 떠나자 24일간 먹는 걸 거부하다가 결국 아빠를 따라갔다.
우리나라는 한때 반려동물과 사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현재 숨고르기 중이다. 반려인의 증가는 생명의식의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다. 공동주택이 많은 환경도 이유가 되겠지만 지독히 긴 한국의 노동시간도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일 거라 생각한다. 동물과 교감하고 공감하기에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라도 그들이 손을 내밀 때 잡을 수 있게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두면 좋겠다. 그 손을 잡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세상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아빠는? 나이 여든에 길고양이 밥을 챙기는 캣대디가 되었다. 그 나이에 길고양이 ‘함바집’ 사장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편견을 깨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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