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한겨레자료사진
작업자 보호장구도 2명분뿐
환경과학원, 사실 알고도 방치
후속절차 규정 없어 제도 허점
환경과학원, 사실 알고도 방치
후속절차 규정 없어 제도 허점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를 낸 업체가 환경부에 제출한 자체방제계획서에서 밝힌 방제장비는 삽 2자루와 소화기 2개가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처럼 허술한 방제계획을 받아 검토하고도 장비나 시설 등을 보강해 방제계획서를 다시 작성하도록 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겨레>가 입수한 불산 사고 업체 휴브글로벌의 자체방제계획서(2008년 6월 작성)를 보면, 이 업체는 방제장비로 삽 2자루와 3~3.3㎏짜리 소화기 2개, 방제시설로는 10.8t 용량의 폐액 저장조 1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불산을 하루 평균 25t씩 다루고 40t가량을 상시 저장한다고 밝힌 화학업체의 방제장비와 시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업체의 방제계획서는 불산이 누출되면 최초 발견자가 중화제를 사용해 비상출동반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방제활동을 하겠다면서도, 이때 사용할 중화제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작성돼 있다. 이 업체가 방제계획서에서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방제용 물자는 흡착포 반 상자와 모래 10포대, 작업자 2명분의 개인 보호장구가 전부다. 방제시설과 장비의 관리자 연락처 항목은 아예 빈칸으로 남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처럼 허술한 방제계획서를 받고도 현장 확인 한번 없이 검토를 끝냈으며, 검토 결과를 정리해 관련 기관이나 업체에 보내 재작성을 요구하는 등의 조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과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검토를 하라는 규정만 있고 후속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지금까지 검토 결과를 서면으로 작성해 관련 기관이나 사업장 쪽에 보내지는 않았다”며 “방제계획서는 해당 사업장의 사고 대비 물질과 방제장비 현황 등을 파악하는 데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1997년 7월부터 사업장의 자체방제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시행에 들어갔으나, 계획서의 검토 방법과 기준, 후속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은 아직도 미비한 상태다. 관련 환경부 고시인 ‘자체방제계획 수립 등에 관한 규정’엔 작성 방법만 담겨 있다. 이는 사업장들로부터 방제계획서와 비슷한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받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업무처리와 대조된다. 고용노동부는 공정안전보고서 작성 방법에서부터 심사 기준, 확인과 이행상태 평가까지 세밀하게 규정한 고시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은 “이처럼 부실한 방제계획서 검토가 10년 이상 개선되지 않고 이어져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과 제도를 열심히 만들기만 할 뿐 만들어진 뒤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 부처들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대구/김일우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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