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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금강·낙동강 물고기 수만마리 떼죽음 ‘미스터리’
물이 뒤집혔다…산소가 부족했다…숨을 곳이 없었다

등록 2012-11-09 20:40수정 2012-11-10 16:42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발견된 건 10월17일이었지만, 최초 보도가 나온 10월20일까지 정부는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10월19일 백제보 주변에서 배를 탄 관리요원들이 강 한가운데 죽어서 떠오른 물고기들을 건져내고 있다. 정부는 금강에서 10월 말까지 물고기 사체 5만4000마리(환경단체 추산 60만마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 제공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발견된 건 10월17일이었지만, 최초 보도가 나온 10월20일까지 정부는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10월19일 백제보 주변에서 배를 탄 관리요원들이 강 한가운데 죽어서 떠오른 물고기들을 건져내고 있다. 정부는 금강에서 10월 말까지 물고기 사체 5만4000마리(환경단체 추산 60만마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 제공
[토요판] 뉴스분석 왜? 2
금강·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 만약 당신이 살던 곳이 갑자기 허허벌판 사막으로 바뀐다면 어떨까요? 평소 다니던 길이 사라지고 밤에는 한없이 춥고 낮에는 한없이 더운 이상한 기후지대로 바뀌었다면요? 그런 혁명적 변화가 4대강 물고기들에게 다가왔습니다. 이 상황에서 지난달 중순 금강과 낙동강에서 물고기 수만~수십만 마리가 죽는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조차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두 손을 든 사건. 미궁에 빠진 떼죽음의 원인을 물고기 처지에서 풀어봤습니다.

○○천에 물고기 수백 마리가 떼죽음돼 떠올랐다는 이야기는 저녁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근 공장에서 몰래 폐수를 배출했다거나, 호수의 물이 갑자기 빠져 물고기가 질식사했다는 설명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비슷한 시기에 국가하천인 금강과 낙동강의 물고기 수만 마리가 죽어 떠올랐다. 지천이 아닌 수량이 풍부한 4대강 본류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며칠째 죽은 물고기가 떠오른 점에서 특이하다. 죽음의 원인이 오리무중이라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원인불명”이라고만 발표한 환경부

처음 물고기 떼죽음이 알려진 건 10월20일이었다. 주말을 맞아 집에서 쉬던 정민걸 공주대 교수(생태유전학)에게 금강환경청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 교수가 당시 들은 얘기를 설명했다.

“금강환경청에 전 직원 동원령이 떨어졌다는 거예요. 어제 금강에 물고기들이 죽어 다 치웠는데, 자고 일어났는데 또 엄청난 수가 떠올랐다는 거야. 그 뒤 직원들뿐만 아니라 민간인들까지 청소동원령이 내려졌다고 하더군요.”

10월20일 오후 정 교수의 제보로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가 실린 뒤, 미스터리의 물고기 떼죽음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처음 죽은 물고기가 발견된 것은 사흘 전인 17일이었지만, 환경부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물고기 죽음의 행렬은 이어졌다. 건져내고 치워도 물고기는 계속 떠올랐다. 26일에는 길이 1m36㎝, 무게 40㎏짜리 대형 메기도 떠올랐다. 충남 부여군 백제보에서 시작해 전북 익산 부근의 하류까지 60㎞ 구간에서 13일 동안 사체가 떠올랐다.

나흘 뒤, 물고기 떼죽음은 낙동강으로 번졌다. 24일 구미시 부근에서 죽은 물고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낙동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은 금강보다 훨씬 민감하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수십여곳의 취수장과 정수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구·구미 등 강변 주민들은 모두 낙동강에서 끌어온 물을 마신다. 물고기가 죽은 강물이라면, 사람에게도 좋을 리 없다.

다행히도 환경부는 물고기 떼죽음이 발견된 지점이 ‘구미 광역정수장 하류 2㎞ 지점부터 남구미대교까지 7㎞ 구간’이라고 밝혔다. 정수장 하류니까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구환경연합의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28일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도 환경부 발표를 보고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혹시나 해서 구미 광역정수장 상류 쪽으로 가봤거든요. 정수장 직상류에서도 죽은 물고기 20마리를 봤고, 더 상류인 구미보 위에서도 여러 마리를 봤어요. 다시 구미보에서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서 봤는데, 50m에 한 마리 정도 떠올라 죽었더라고요.”

4대강에 불어닥친 녹조 등으로
바닥에 산소가 결핍돼 있었을 것
가을철 갑자기 떨어진 수온으로
산소가 극히 부족한 물이 올라왔고
이를 맞닥뜨린 물고기들이
피할 길 없어 죽었을 가능성 있다

“뭔가 낙동강에 흘러들었겠죠
지금은 유속이 느려져
오염물질의 배출이 느린데다
물고기 은신처도 없어요
페놀 사태 때도 이런 적 없어요”

잇단 4대강의 물고기 떼죽음에 대해 처음 낸 환경부 입장은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매우 이례적인 물고기 폐사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4대강 사업으로 강 한가운데 건설된 보로 눈길이 쏠리고 있는 터였다.

일반적으로 물고기 떼죽음은 △독성물질로 인한 폐사 △바이러스 등 질병으로 인한 폐사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 등 크게 세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때문에 물고기가 독성물질을 섭취했는지 독성검사로 가려내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살펴보는 병성검사로 이어진다. 질식사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물고기 서식지에 충분한 산소가 있는지(용존산소량)를 따져보는 수질조사가 필수적이다.

조사를 마친 환경부는 29일 두 강에서 일어난 물고기 떼죽음이 ‘원인 불명’이라고 발표했다. “수질검사, 독성검사 등 원인 파악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환경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위장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되지 않았고 병에 감염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환경부는 질식사 가능성도 부정했다. 이응주 금강환경청 수생태관리과장은 “과거에도 본류에서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떼죽음당한 적은 없었다. 용존산소량이 정상치로 나왔기 때문에 산소 부족으로 인해 물고기가 죽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월운저수지 물고기 몰살 사건의 재현?

미스터리였다. 독극물도 바이러스도 없었고 산소량도 정상치였다. 그럼 수만~수십만 마리의 금강 물고기를 재난으로 몰아간 배후는 어디에 있을까?

9일 정민걸 교수는 매년 가을 인공호수에서 일어나는 ‘전도현상’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몇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도현상은 수온이 내려가면서 표층의 물이 아래로 가라앉고(수온이 4도까지 떨어지면 물의 밀도가 최대가 된다) 대신 바닥의 물이 올라오는 ‘물 뒤집힘’ 현상이다.

“공교롭게도 금강 물고기가 떠오르기 시작한 10월17일 즈음에 기온이 급강하하고 일교차가 커졌어요. 이때 전도현상이 일어나면서 인공호수 바닥에 축적된 유기물이 올라와 부패하면서 중층의 산소가 고갈됐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전도현상은 원래 강이 아닌 호수에서 생긴다. 하지만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들어서면서 인공호수가 되었다. 지난여름, 4대강에 불어닥친 녹조도 수질 비상을 걸게 한 뒤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금강 바닥은 녹조를 비롯한 다른 유기물이 침강해(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느려졌기 때문에 가라앉기 좋은 조건이다) 산소가 결핍된 상태였을 수 있다. 가을철 갑자기 떨어진 수온은 물 뒤집힘 현상의 방아쇠가 되었다. 산소가 극히 부족한 물이 올라왔고 이를 맞닥뜨린 물고기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바닥의 산소결핍층이 유입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례는 국내에서 연구된 적이 거의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8년 강원도 화천군과 양구군을 흐르는 월운저수지와 월운천에서 비슷한 떼죽음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이 입수한 ‘어류폐사 발생 지역의 환경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8년 10월2~3일 월운저수지 부근에서 1000마리가 몰살됐다. 월운저수지는 농번기에 물을 공급하는 농업용 저수지로, 저수지 수문을 통과한 강물이 월운천으로 이어진다. 보고서를 만든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월운저수지는 9월까지 수문을 개방해 둔 상태였다. 물고기들은 저수지 아래쪽 저류지로 이동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9월말 저수지 수문을 차단하자, 하류 하천(저류지)에서는 급격하게 유량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저수지 상층의 높은 용존산소의(산소가 많은) 물은 차단되고, 심층의 저산소 농도의 물이 수문의 바닥을 통해 누수됐다. 이로 인해 저류지에 있던 물고기들이 죽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일반적으로 용존산소량은 오후에 높았다가 해 뜨기 직전 최소로 떨어진다. 그래서 물고기 떼죽음은 새벽에 일어난다. 고수온성 어종은 최소 5㎎/ℓ, 저수온성 어종은 최소 3㎎/ℓ의 산소가 물속에 있어야(용존산소량) 질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하천의 부영양화가 하루 중의 용존산소 농도의 급격한 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겨울에 부영양화한 하천에서 유속의 감소로 인한 정체구간은 물고기에게 잠재적인 폐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4대강 사업으로 바뀐 금강, 낙동강의 모습과 들어맞는 말이다.

환경부는 이런 추정에 대해 당시 측정한 용존산소량이 9~10㎎/ℓ였다며, 질식사는 아닐 거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고 당시에 측정되지 않은 수치라는 점, 수심 6m에 이르는 깊은 강바닥의 수치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이 또한 설득력이 높지 않다.

다양한 지형 있을 땐 숨을 데가 있었다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도 ‘미스터리’이기는 마찬가지다. 떼죽음이 발생한 구미 주변은 국가산업단지가 네 곳이 있는 공장 밀집지대이자, 수돗물을 강물에서 끌어 쓰는 수질 위험지대다. 낙동강 유역에는 물고기 떼죽음 직전 약 30㎜의 비가 내렸다. 공장들은 비가 내릴 때 몰래 폐수를 버리곤 한다. 9월27일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에서 일어난 불산 유출사고 처리 과정에서 흘러든 불산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환경연합의 정수근 국장이 말했다.

“뭔가 낙동강에 흘러들었을 수도 있겠죠. 옛날 같으면 문제가 안 됐는데 지금은 문제가 돼요. 유속이 느려져 오염물질 배출이 느린데다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없어요. 페놀 사태 때에도 물고기 떼죽음은 없었어요.”

전문가들은 혁명처럼 찾아든 강의 환경 변화가 적어도 이번 물고기 떼죽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강의 형태가 다양했다. 수심이 깊은 소, 얕은 강물, 물살이 센 여울, 물이 고인 웅덩이와 둠벙 등 한 구간만 떼어 봐도 다양한 지형이 존재했다. 다양한 지형은 물고기들에게 은신처가 된다. 물고기들은 그곳을 알고 있다. 이를테면 갑작스레 산소가 부족한 상황을 마주쳤을 때 물고기들은 자신들만의 길을 헤엄쳐 은신처에 이른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 강은 수심 6m의 넓고 깊은 고속도로로 변모했다. 또 일정한 간격으로 대형 보가 세워지고 신축 제방이 쌓였다. 물고기들의 ‘비상대피로’가 단절된 것이다. 오염 구역이나 산소 부족 지대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물고기들이 대량 폐사한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물고기들은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 변온동물인 물고기가 느끼는 1도는 사람으로 치자면 10도에 가깝다. 정민걸 교수가 말했다.

“보에 갇힌 물은 낮에 뜨거워졌다가 밤에 급히 차가워지는 물동이와 비슷합니다. 수온이 급강하하면 누치, 쏘가리 등 여울성 물고기들이 하구의 깊은 수심으로 가서 추위를 피하겠죠. 그런데 하류로 내려가던 중 예전에 보지 못한 ‘백제보’라는 장애물에 막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 마침 물 전도현상이 일어나면요? 물고기는 질식하거나 수온의 급변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추정일 뿐이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와 강물을 분석해 얻은 수치는 이렇다 할 메시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두 강의 미스터리는 쉽게 풀리지 않을 거 같다. 다만 일교차가 큰 가을에 이런 물고기 떼죽음이 종종 발생한다면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에 대해 더욱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7일 환경부와 환경단체 사이에 추진되던 민관공동조사도 무산됐다. 민관조사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환경단체 주장에 자신들이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환경부가 맞서면서, 물고기 미스터리의 진실을 향한 발걸음은 더욱 더디어졌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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