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 수비면 낙동강 유역 장파천 수계댐(영양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5일 오전 영양군청 앞에서 정부에 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댐 건설에 앞장서는 권영택 영양군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개발계획 확정뒤 환경평가 ‘한계’
계획수립 단계부터 검토 의무화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6개댐 중 영양댐 타당성 없어”
환경부의 평가 의견 무시하고
국토부, 댐건설 장기계획 확정
굴착 장비 동원 지질조사 강행
주민들 대책위 꾸려 거센 반발
계획수립 단계부터 검토 의무화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6개댐 중 영양댐 타당성 없어”
환경부의 평가 의견 무시하고
국토부, 댐건설 장기계획 확정
굴착 장비 동원 지질조사 강행
주민들 대책위 꾸려 거센 반발
환경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가 출발부터 대표적 개발부처인 국토해양부의 노골적인 무시에 직면하면서 제도의 연착륙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처의 업무 성격상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와 가장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국토해양부가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는 1981년 처음 도입된 이후 최근까지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환경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평가한 사업이라도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은 진행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진 때문이다.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의 기본계획이 확정된 다음 진행되는 것과 관련 있다. 어떤 사업이든 기본계획까지 확정돼 고시되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형성돼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오랜 논의 끝에 어렵게 마련돼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제도다. 기본계획과 그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환경적 측면에서 타당성을 따져보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까지 검토해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런 취지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말 보내온 ‘댐건설 장기계획(2012~2021)’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뒤, 신규 댐 건설 계획이 제시된 4개 다목적댐과 2개 홍수방지댐 가운데 낙동강 장파천 수계댐(영양댐)에 대해 “계획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제시한 6개 댐 전부와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도 하지 않은 8개 중소형 댐을 모두 포함시켜 장기계획을 확정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의 첫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고심을 거듭했던 환경부의 노력을 아무 의미 없는 헛수고로 만든 셈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8개 중소형 댐을 논외로 하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6개 댐 가운데 국토부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 건설하겠다는 영양댐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결론이다. 국토부가 2009년 내놓은 수도정비기본계획을 보면 영양댐은 총저수량 5700만㎥ 규모로, 애초 경북 영양군과 구미시에 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이후 구미시가 영양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대신 낙동강 본류 취수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댐 건설은 불필요해졌다. 애초의 영양댐 건설 목적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댐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경산시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겠다며 장기계획에 포함시켰다. 물을 공급해야 할 곳이 있어 댐을 짓는 것이 아니라, 댐을 건설하기 위해 용수 수요처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종선 환경부 국토환경과장은 “경산의 경우 물 수요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고, 공업용수는 대구에서 공급하거나 가까운 낙동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경산시청에서 영양댐까지는 100㎞가 넘지만, 가장 가까운 낙동강 본류까지의 거리는 30㎞도 안 된다. 게다가 국토부가 낙동강에서 4대강 사업 8개 보 설치를 통해 6억t의 수자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자랑해온 만큼 수량도 넉넉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영양댐은 용수공급뿐 아니라 홍수피해 예방, 하천 환경 개선, 지역경제 발전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계획된 사업이며, 환경부 의견은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일축하고, 현지에서 굴착 장비 등을 동원한 지질 조사를 시도하며 주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진보정의당)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 가장 많을 대표적인 개발 부처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을 타당성이 없다며 가볍게 무시해 버리면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는 존재할 의미가 없다. 이처럼 정부 부처가 환경영향평가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들한테 환경영향평가법 준수를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양댐이 국토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댐 본체가 세워질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에서는 평생 살아온 집과 농토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으려는 주민들이 영양댐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굴착 조사를 위해 접근하는 중장비 밑에 들어가 눕는 등 몸을 던져 사업 진행을 저지하고 있다. 반면 영양읍을 비롯한 사업지역 외곽에서는 건설업자들과 관변단체 회원 등이 중심이 돼 영양댐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댐 건설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과 수몰 예상지역 주민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철 영양댐반대대책위 국장은 “대부분 노인인 수몰예정지 주민 사이에는 늙은 나무를 옮겨 심으면 살리기 힘든 것처럼,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읍내에 있는 젊은 사람들이 삶터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늙은 이웃들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찾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환경을 희생하는 성장은 더이상 계속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진국 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국가 전략과제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개발 부처의 태도가 바로잡혀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느냐 여부가 새 정부의 지속가능발전 의지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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