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잘먹는 법’ 교양수업 눈길
몸변화·학점 연계…“건강 사회로”
몸변화·학점 연계…“건강 사회로”
“소금 안 받은 사람 나오세요.”
지난 11일 오후 부산대학교 중앙도서관 옆 성학관의 강의실. 임재택(64) 유아교육과 교수가 교양과목 ‘잘 먹고 잘 사는 법’ 수강생들한테 “양치를 하라”며 일일이 구운 소금을 나눠줬다. 강의실 책상 곳곳에는 생수통과 물통이 보였다. 수강생 200여명은 “하루 2.5ℓ 이상 물을 먹으라”는 임 교수의 말에 따라 생수통과 물통을 가지고 다닌다.
임 교수가 <교육방송>(EBS)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감기’를 상영하자 수강생들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감기 환자에게 한국인 의사 7명이 항생제 등을 처방한 것과 달리, 미국 등 주요 4개국 의사들은 아무런 처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12년 동안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 원장을 맡으면서 생태 식습관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자연생태 책을 읽거나 전문가들과 면담해 얻은 정보를 실천하며 검증한 뒤, 2007년부터 전공 학생들에게 ‘몸이 건강해지는 강의’를 시작했다. 이론 위주의 강의가 아니라, 수강생들이 건강 회복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건강비법을 알려주는 데 멈추지 않고, 수강생들이 몸을 변화시키도록 학점으로 연결했다. 전공 학생들의 반응이 좋자, 2011년 교양과목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개설했다.
임 교수는 첫주에 복부비만도 등의 검사를 교내 보건소에서 받게 한 뒤 결과를 내도록 한다. 마지막 강의 시간에 다시 검사 결과지를 받는다. 두 검사 결과를 보고 몸무게가 줄거나 체지방 비율 등이 줄어들면, 학점을 더 잘 받을 수 있다.
중간·기말시험 5가지 문항 가운데 마지막 문제는 ‘강좌를 수강한 뒤 달라진 자신의 몸의 변화’를 적는 것이다. 학점을 의식해 부풀릴 수도 있지만, 처음과 나중의 검사 결과를 비교하면 금세 드러나는데다 마지막 문제의 점수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자기 몸을 돌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단비(22·유아교육3)씨는 “피곤하면 입안이 자주 헐고 잇몸에서 피도 났다. 그런데 소금으로 이를 닦은 뒤로 증상이 없어져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부 학생들은 몸의 변화를 체험한 뒤로 과자를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오기도 한다.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식생활 습관을 바꿔서 건강해지면, 주변 사람들한테도 영향을 줘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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