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가스 수준 엄격관리’ 추진하다
용기관리 강화 등 최종 포함 안해
“산업계 눈치본 것 아니냐” 비판
용기관리 강화 등 최종 포함 안해
“산업계 눈치본 것 아니냐” 비판
지난해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마련해 추진중인 ‘유해화학물질 안전 관리 개선대책’이 사고 발생을 막을 근본 대책보다는 사고 수습 대책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는 사고 위험이 높은 일부 유독물질을 고압가스안전관리법상 고압가스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가 최종 대책에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산업계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충북 청주의 한 엘시디업체에서 일어난 불산 누출 사고는 작업자가 실수로 불산 배관 연결부를 밟아 깨뜨린 것이 발단이 됐다. 사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배관을 설치하게 하고, 그것을 확인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을 사고였던 셈이다. 하지만 불산을 포함한 사고대비물질을 관리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설비는 누출을 방지할 수 있는 재질로 돼 있어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취급시설기준과 관리기준만 두고 있다. 취급 업체의 영업등록 전에 설비가 안전하게 설치됐는지 확인하는 규정도 없다.
이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고압가스에 대해 “긴급차단장치는 배관 외면 온도가 섭씨 110도 이상일 때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기술기준과 시설, 검사, 감리, 정밀안전검진 기준 등을 따로 두고, 시설 설치계획 때부터 기술검토까지 하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9월 구미 사고 당시 불산 누출도 작업자 실수로 열린 수송탱크의 볼밸브만 다시 잠그면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는 사고 수송탱크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결국 대원들은 자욱한 유독가스에 밸브가 가려져 있는 줄도 모른 채, 분출구에 고무쐐기를 박는 위험한 작전까지 벌였다.
가스안전공사의 한 관계자는 “고압가스 수송탱크에는 쉽게 열리는 볼밸브는 설치할 수 없다. 설령 이런 탱크가 사용됐더라도 가스안전공사가 검사를 해, 밸브 관련 정보가 확보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불산이 고압가스 수준으로 관리됐다면 최소한 불산 누출이 8시간 가까이 지속되기 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전순옥 의원(민주통합당)이 최근 정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은 지난해 11월 지식경제부에 보낸 ‘정부합동특별점검 결과 통보’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안전관리에 필요한 세부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가스상 유독물에도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실이 지경부에 검토를 지시한 △가스상 유독물 관리 강화 △고압가스 용기 관리 강화 등의 방안은 지난해 말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개선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대신 △물질 관리코드 일원화 △물질 정보시스템 연계 및 고도화 △사고 발생 대응 주관기관 지정 △사고전담조직 신설 △위험물 운송추적 시스템 도입 △공정안전관리 전사업장 확대 등을 핵심 방안으로 추진중이다. 공정안전관리 확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둔 방안들이다.
전순옥 의원은 “정부 대책이 사고 예방이 아니라 사고 수습에 초점을 맞춰 변죽만 울리고 있다. 더 엄격한 규제와 비용이 요구되는 예방 대책에 대한 산업계 반발을 의식한 결과로 의심된다. 정부는 유해화학물질 관리 개선대책을 예방 중심으로 새로 짜야 한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수준으로 강화하거나, 상대적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상 독성가스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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