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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표범 발자국일까 수달 발자국일까

등록 2013-04-22 16:44

지난 10일 강원 원주 섬강변에서 발견된 동물 발자국의 주인이 표범이라고 판단한 근거의 하나로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장이 제시한 대표적인 발자국 사진(①)과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수달 발자국 사진(②).  사진①과 자료②에는 표범의 특징인 네 발가락이, 사진③과 ④에는 수달의 특징인 다섯개의 발가락이 보인다. 사진 김대호씨 제공·자료 <야생동물 흔적도감>(최태영·최현명 지음, 돌베개, 2007)
지난 10일 강원 원주 섬강변에서 발견된 동물 발자국의 주인이 표범이라고 판단한 근거의 하나로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장이 제시한 대표적인 발자국 사진(①)과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수달 발자국 사진(②). 사진①과 자료②에는 표범의 특징인 네 발가락이, 사진③과 ④에는 수달의 특징인 다섯개의 발가락이 보인다. 사진 김대호씨 제공·자료 <야생동물 흔적도감>(최태영·최현명 지음, 돌베개, 2007)
“한국 야생 표범 것” 보도에
일부선 “수달 발자국 잘못 봐”
국립생물자원관 발표에 논쟁 가열
민간전문가들과 공동조사 추진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10일 강원 원주 섬강변에서 발견된 동물 발자국을 한국 야생 표범 발자국이라고 확인했다는 <한겨레> 보도(▷ 살아있었구나! 한국표범 ‘발도장 쾅’12일치 2면)가 나간 뒤 야생동물 전문가 사이에 수달 발자국을 오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표범 발자국에는 발가락이 4개이고 발톱이 찍히지 않는데, 발자국을 촬영한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발가락이 5개이고, 발톱 자국까지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 이런 주장의 주요 근거다. 다섯개의 발가락과 발톱이 찍히는 발자국 형태는 수달 발자국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사진·그림 참고)

섬강변 동물 발자국을 두고 “표범 발자국일 가능성이 100%”라고 단언했던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한상훈 과장은 이에 대해 “표범 발자국이라는 판단은 발자국의 형태와 크기, 발자국과 발자국의 길이(보폭), 발자국이 발견된 위치와 진행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것”이라며 “최초 발견자가 현장에 있는 발자국들을 모두 찍었기 때문에 실제 수달 발자국 사진도 있고, 다른 발자국의 흔적과 겹쳐서 발가락이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로 보이는 사진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쪽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3일 수달 발자국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발자국 발견 현장을 찾아 공동 검증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 조사에서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 사진에 찍힌 실제 발자국들이 현장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자국들은 발견되기 전날 내린 비로 모래가 젖어 있던 탓에 비교적 선명한 상태로 찍혔으나, 그 뒤 사흘 동안 모래가 마르면서 으스러지고 바람에 흩날려 흔적도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날 검증에 참여한 최현명 와일드라이프컨설팅 대표는 “현장에 발자국이 남아 있지 않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남아 있는 발자국 사진들 가운데는 표범 발자국이라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한 것은 없다. 형태나 크기 등으로 봤을 때는 수달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수달연구센터 김형후 연구원은 “사진을 보면 수달 발자국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장을 보니 윗쪽까지 수달이 이동할 환경이 아니다. (50㎝ 정도로 찍힌) 보폭은 수달로 보기 어렵다”고 여운을 남겼다. 발자국 주변 환경과 보폭에 대한 김 연구원의 언급은 한상훈 과장의 판단과 맥을 같이한다.

한 과장은 “현지 환경을 볼 때 수달이라면 물에서 나와 물로 들어가는 동선을 보여야 하는데, 발견된 발자국들은 물가에서 떨어진 농로 옆에서 시작돼 모래밭을 가로질러 곧장 치악산 방향으로 향했다. 수달은 다리가 짧기 때문에 50㎝의 보폭을 낼 수 있는 놈은 아마존에 사는 자이언트 수달 정도다”라고 말했다.

현장 검증이 무의미해진 가운데 논란이 계속되자 국립생물자원관은 섬강에서 발견된 동물 발자국이 표범 발자국이라는 것은 “동물자원과장의 개인적 소견이며, 국립생물자원관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한 과장은 “어쨌든 논란을 예상하지 못하고 다른 전문가들과 협의 없이 언론에 표범 발자국이 확실하다고 단정한 것은 문제였다”고 인정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표범의 국내 생존 여부를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주/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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