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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시월드 범고래는 왜 조련사를 죽였을까?

등록 2013-05-17 20:03수정 2013-05-19 14:05

2009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해양테마파크 ‘시월드’의 범고래쇼에 등장한 틸리쿰. 세명의 사고사에 연루된 범고래 틸리쿰은 지금도 시월드에서 번식용 고래로 활용되고 있다. 수족관에 사는 범고래는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로 등지느러미가 함몰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2009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해양테마파크 ‘시월드’의 범고래쇼에 등장한 틸리쿰. 세명의 사고사에 연루된 범고래 틸리쿰은 지금도 시월드에서 번식용 고래로 활용되고 있다. 수족관에 사는 범고래는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로 등지느러미가 함몰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토요판/생명]시월드 범고래 살인사건 전말
▶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 테마파크인 미국 ‘시월드 올랜도’에서 쇼를 벌이는 범고래 틸리쿰. 왜 그는 세 명의 죽음에 연루되었을까? 올해 선댄스영화제에 공개돼 논란을 부른 가브리엘라 코퍼스웨이트의 다큐멘터리 <블랙피쉬>가 16일 막을 내린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제 참석차 방한한 시월드 올랜도의 전직 조련사 서맨사 버그(45)와 영화 제작자 매니 오테이자(45)를 13일 인터뷰해 ‘범고래 살인사건’을 재구성했다.

그날 조련사 돈 브랜쇼는
무슨 일인지 풀장에 빠졌다
틸리쿰은 브랜쇼 팔을 물고
풀장 안을 휘젓고 다녔다
부검기록은 잔인했다

틸리쿰은 어릴 적 외로웠다
3살 때 시랜드로 이송됐는데
암컷들이 자꾸만 괴롭혔다
그 탓에 성격파탄이 됐을까
사람들은 그가 자란 뒤엔
번식용 수컷으로 이용했다

왜 범고래 ‘틸리쿰’은 최고의 파트너 조련사 ‘돈 브랜쇼’를 죽였을까? 틸리쿰은 미국 ‘시월드 올랜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범고래쇼에 출연하는 범고래 중 한마리다. 브랜쇼는 2010년 2월24일 자신이 돌보던 틸리쿰에 의해 숨졌다.

사건은 본공연인 ‘샤무-믿으라’가 끝나고 ‘샤무와 함께 저녁을’이라는 부대공연이 진행될 때 벌어졌다. 관객들은 공연장 주변에서 식사를 하면서 범고래와 조련사가 벌이는 간단한 쇼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돈 브랜쇼는 풀장 안에 빠졌고, 틸리쿰은 브랜쇼를 물고 휘저으며 풀장 안을 돌아다녔다.

브랜쇼는 이내 숨졌다. 부검 기록은 잔인했다. 머리 가죽이 벗겨지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왼쪽 팔은 골절됐고, 팔꿈치는 탈구됐다. 브랜쇼는 시월드에서 16년 일한 베테랑 조련사였다. 틸리쿰과는 14년을 함께 일했을 정도로 친했다. 그런데 틸리쿰이 브랜쇼를 공격했다니?

틸리쿰의 공격 때문인가, 아니면 브랜쇼의 실수 때문인가. 사고 책임은 논란에 휩싸였다. 주의 깊게 본 사람은 없었고 목격자의 증언은 엇갈렸다. 경비원인 프레디 헤레라는 틸리쿰이 돈 브랜쇼의 팔을 낚아채 몰고 갔다고 증언했다. 당시 쇼를 녹화하던 관광객 수잰 코널의 동영상은 사고 2초 전에 녹화가 중지됐다.

서맨사 버그는 <블랙피쉬> 제작팀과 이 사건을 조사했다. 13일 그가 주장했다.

“맨 처음 시월드는 브랜쇼가 서 있다가 풀장 안으로 미끄러져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요. 나중에는 틸리쿰이 브랜쇼의 말총머리를 낚아채 브랜쇼를 물에 빠뜨렸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말총머리는 조련사 복장 위반이라며 책임을 브랜쇼 개인에게 몰아갔죠.”

미국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과의 소송에서 시월드 쪽 증인으로 나온 제프 앤드루스는 “틸리쿰은 공격적인 범고래가 아니다…이 사건을 일으킨 유일한 원인은 조련사의 실수다”라고 주장했다. 브랜쇼의 말총머리가 틸리쿰의 이빨에 걸려 끌려간 사고라는 얘기다.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영화 <블랙피쉬>의 제작자 매니 오테이자(오른쪽)와 시월드 올랜도의 전직 조련사 서맨사 버그.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영화 <블랙피쉬>의 제작자 매니 오테이자(오른쪽)와 시월드 올랜도의 전직 조련사 서맨사 버그.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보통 돌고래쇼에선 ‘큰돌고래’나 ‘남방큰돌고래’ 등 소형고래가 나오지만, 시월드는 세계 최대의 해양 테마파크답게 7~8m에 이르는 ‘대형고래’ 범고래를 쓴다. 범고래는 일반적인 돌고래와 다르다. 다른 고래도 잡아먹는 바다 생태계의 최강자다. 시월드 올랜도도 ‘워터 워크’(water work)라고 불리는 ‘물일’을 할 수 있는 고래와 그렇지 않은 고래로 분류했다. 물일은 ‘범고래와 함께 헤엄치기’, ‘조련사를 대포처럼 공중에 쏴주기’ 등 조련사와 범고래의 대면 접촉을 필요로 한다. 틸리쿰은 물일을 해선 안 되는 고래였다. 서맨사 버그는 틸리쿰의 위험성을 이미 시월드가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틸리쿰은 벌써 두번의 사고사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1991년 캐나다 밴쿠버섬의 시랜드의 조련사가 풀장에 떨어졌다가 숨졌고, 1999년 시월드에서도 폐장 뒤 남아 있던 관객 한명이 죽은 채로 떠올랐죠. 이 때문에 시월드는 틸리쿰을 애초 물일에 포함시키지 않은 겁니다.”

모든 범고래가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야생에서 사람을 공격한 기록은 없다. 틸리쿰은 어렸을 적부터 외로웠다. 틸리쿰은 세살이던 1983년 아이슬란드 동부 해안에서 잡혀 캐나다 ‘시랜드’로 이송됐다. 시랜드에는 암컷 범고래들만 있었다. 암컷들은 자꾸 틸리쿰을 괴롭혔고, 틸리컴의 피부는 이빨에 긁힌 자국으로 가득 찼다. 시랜드는 충돌을 우려해 틸리쿰을 비좁은 금속 물탱크에 격리 수용했다.

가족간 친밀도가 높은 범고래는 어미와 새끼의 교감 속에서 성장한다. 어렸을 적부터 어미와의 교감이 생략된 채 수족관에 넘어와서 주변 동료들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것은 그의 성격을 파탄으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서맨사 버그는 틸리쿰이 시랜드에서 시월드로 팔려온 1992년을 기억한다.

“폐사한 번식용 범고래 수컷을 대신해 틸리쿰이 들어왔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잘 배웠지만, 다른 범고래들한테 괴롭힘을 당했어요. 틸리쿰을 들여온 단 하나의 목적은 번식이었습니다. 그는 번식기계였습니다.”

틸리쿰은 시랜드와 시월드에서 21마리의 아버지가 되었다. 과거에는 어린 나이부터 가임기가 되면 ‘합방’하는 식으로 교미를 유도했지만, 인공수정이 개발돼 번식 성공률이 크게 상승한 최근에는 ‘번식용 범고래’로 이용됐다. 미국의 수족관업계는 해양동물보호법에 따라 야생 범고래 포획이 어려워지자, 수족관 내 번식을 신규 사업으로 창출했다. 영화 <블랙피쉬>는 시월드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로로 수족관 등으로 수출되는 실상을 고발한다.

범고래 틸리쿰 살인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오테이자는 그날 범고래쇼가 엉망진창이었다고 말했다. ‘샤무와 함께 저녁을’ 전에 열린 본공연에서 범고래들은 서로 뒤쫓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조련사들은 쇼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공연장 뒤에서 다음 쇼를 기다리던 틸리쿰도 안절부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범고래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흥분해 있었다. 브랜쇼의 죽음 직전의 동영상이 영화에 나온다.

브랜쇼는 시나리오에 따라 틸리쿰에게 장난을 쳤다. 몸을 흔드니 틸리쿰도 거대한 몸집을 흔들었다. 오르골의 요정처럼 몸을 돌리자, 틸리쿰도 뱅그르르 돌았다. 브랜쇼는 중간중간 생선을 던져주었다. 이번에는 브랜쇼의 지시에 따라 틸리쿰은 옆지느러미를 수면 위로 올리고 풀장을 한바퀴 돌았다. 브랜쇼가 휘슬을 불었다. ‘잘했어. 이제 그만 돌아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틸리쿰은 휘슬 소리를 듣지 못한 듯했다. 계속 풀장을 돌았다. 다시 브랜쇼가 있는 자리로 돌아와 생선을 받아먹었지만, 생선이 든 양동이는 바닥을 드러냈다. 범고래는 양동이에서 생선을 꺼내는 소리만 듣고도 생선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있다. 브랜쇼는 물이 얕게 찬 무대로 틸리쿰을 만나러 갔다.

영화는 브랜쇼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브랜쇼의 왼쪽 팔은 물에 잠겨 있다. 반면 그의 말총머리는 물 위에 드러나 있다. 브랜쇼 앞에 틸리쿰이 나타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브랜쇼는 천천히 끌려간다. 그의 얼굴은 약간 웃는 듯하지만 어색하다. 서맨사 버그가 말했다. “틸리쿰이 브랜쇼의 팔을 문 채 데려간 것 같습니다. 마침 원래 무대 물의 깊이는 10㎝ 정도이어야 하는데, 그날은 30㎝ 정도 차 있었지요.”

미국 직업안전위생관리국은 시월드가 노동자 안전규정을 위반했다며 범고래와 조련사 사이에 장벽을 설치하라고 명령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시월드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공연을 재개했다. 틸리쿰은 지금도 공연중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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