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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곰탱이’ 같았던 지리산 반달곰 방사

등록 2005-08-23 16:22수정 2005-08-23 16:29

지난 4월 서울대공원과 평양중앙동물원 사이의 동물교환사업에 따라 다른 곰 7마리와 함께 국내에 반입돼 지난달 1일 지리산 국립공원에 풀린 북한산 반달가슴곰.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지난 4월 서울대공원과 평양중앙동물원 사이의 동물교환사업에 따라 다른 곰 7마리와 함께 국내에 반입돼 지난달 1일 지리산 국립공원에 풀린 북한산 반달가슴곰.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주민과 마찰’ 연구없이 서둘러 풀어놔
먹이만 추정 “5734~9532마리 서식가능”
연 300만명 몰리는 등반객 대책도 설렁

지리산에 풀어놓았던 북한산 반달가슴곰이 최근 올무에 걸려 희생된 사고를 계기로 반달곰 복원사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 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한편에서는 땀의 결실을 지키려다 졸지에 범법자가 된 농민을 동정하는 여론도 높다. “지리산에 간 아이가 곰과 맞부딪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며 불안해하는 목소리에 섞여 “농민 피해를 외면하고 웅담장사를 하려느냐”고 정부를 비아냥대며 복원 중단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찌되는 곰만 돌아다니면…”

위험한 것은 사람의 조바심과 몰이해

2001년 9월 국립환경연구원이 야생동물 복원기술 연구를 위해 지리산에 방사했던 반달곰 4마리가 모두 정리된 뒤 지리산에 새로 방사된 반달곰은 연해주산 6마리, 북한산 8마리 등 14마리다. 이들 가운데 지리산 정착에 실패한 곰은 현재까지 2마리다. 한 마리는 이번에 희생된 곰이고, 다른 한 마리는 지난해 10월 방사된 연해주산 가운데 하나다. 이 연해주산 곰은 사람의 음식에 맛을 들여 대피소를 뒤지는가 하면 하산하는 등반객의 배낭을 잡아당기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다 지난달 회수됐다.

이런 결과만으로 일부에서 제기하듯 곰 복원사업의 위기를 말하기는 이르다. 곰 복원계획은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곰 가운데 3분의1이 질병이나 자연적응 실패 등으로 도태된다는 가정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언젠가 위기가 온다면 어쩌면 그것은 곰보다는 이처럼 예상된 실패를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조바심과 몰이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고 곰 복원사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복원사업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곰을 지리산에 적응시키는 것에만 몰두하고, 달라진 지리산에 사람을 적응시키는 것은 소홀히 해온 점을 꼽는다. 곰은 사람들이 치는 벌통 속 꿀을 좋아하고, 온순한 듯 보여도 일순간에 맹수로 돌변할 수 있다. 이들이 지리산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은 농민과 등반객들이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벌꿀을 노린 반달곰의 습격으로 부서진 양봉 벌통들.  최태영 연구원 제공
벌꿀을 노린 반달곰의 습격으로 부서진 양봉 벌통들. 최태영 연구원 제공

‘공단 비전’ 출범날짜에 맞춰?

곰의 적응보다 사람의 적응이 핵심

최태영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복원사업의 성공은 사람들이 곰에 적응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이런 주장은 곰 2마리를 도태되게 한 원인 제공자가 모두 사람이었다는 점으로도 뒷받침된다. 이유야 어찌됐건 올무를 설치한 것과 초코파이를 던져준 것에서 불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과 연 300만명씩 몰려드는 등반객 및 지리산 안팎의 주민 과의 마찰, 그것에 대한 대책 등 인간의 적응에 초점을 맞춘 작업은 복원사업 착수 이전에도 이후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된 실질적 조처라고는 대물 최고 5000만원, 대인 최고 1억원의 반달곰 피해배상 보험가입 정도다.

그렇다고 곰에 초점이 제대로 맞춰진 것도 아니었다. 지리산에는 3차례에 걸쳐 18마리의 곰이 풀려나갔고 그 가운데 12마리가 지금도 산 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 반달곰을 주제로 이뤄져, 그 동안의 사업추진에 참고가 됐을 만한 변변한 연구라고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먹이량 추정 연구(2002년)’가 전부다. 그나마 결과는 지리산에 있는 도토리 등 먹을 것을 곰이 독차지하는 ‘황당한’ 상황을 전제로 5734~9532마리의 반달곰이 살 수 있다는 등의 추정치를 제시한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복원사업을 자문할 자문위원회 구성마저 지난해 7월에야 뒤늦게 이뤄졌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어떻든 반달곰이 돌아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며 “그렇게 밀어붙이니까 생태보다는 홍보를 앞세운다는 의심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립공원공단은 북한산 반달곰의 방사를 지난달 1일 공단 비전 출범식에 맞춰 강행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 보고서를 보면 반달곰 관련 소식은 200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만 무려 437건이 언론을 탔고 90% 이상 긍정적으로 보도돼, 대형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환경부에 힘이 됐다.

빈 암자에 칩입하려던 반달곰이 벽에 남긴 발톱 자국.  최태영 연구원 제공
빈 암자에 칩입하려던 반달곰이 벽에 남긴 발톱 자국. 최태영 연구원 제공

관리팀 23명중 동물전공 4명

반달가슴곰팀 제자리 잡게 해줘야

국립공원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이 발족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복원사업은 국내 최초의 시도인 만큼 모두가 논문의 소재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곰 관리팀에서 내놓은 것은 불충분한 자료에 근거한 보고서 정도가 전부다. 반달곰 복원사업이 이처럼 충분한 준비없이 추진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원인을 곰 관리팀의 조직과 운영에서 찾는다.

곰 관리팀원 23명 가운데 야생동물 전공자는 4명에 불과하다. 곰 귀에 매단 발신기에서 나오는 전파는 지형에 따라 자주 끊겨 곰 1마리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면 3~4명이 안테나를 들고 산 속에 들어가야 한다. 방사된 곰을 쫓아다니는 사고대책반 구실도 버거운 형편에, 빌려온 러시아 모델을 대체할 복원모델 개발과 복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진득한 연구가 이뤄질 수 없다. 한상훈 곰 관리팀장도 “전문인력이 없어 전문가를 키워가며 대비하면서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모두 방사된 곰만 쫓아다니는 동안 5마리 남짓 남아 있다는 토종 반달곰은 잊힌 존재가 됐다. 반달곰 복원사업의 일차 목표가 방사된 곰들을 통한 토종곰들의 유전자 보전이라는 점에 비춰 토종곰 연구가 병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은 “곰 관리팀에 설득력있는 연구성과가 쌓이지 않으면 흥미를 쫓는 언론과 눈 앞의 성과를 추구하는 관료기구에 휘둘려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어렵다”며 “복원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곰 관리팀이 제자리를 잡게 해주고, 빠뜨린 부분을 세밀하게 채워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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