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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제돌이·춘삼이 그리운 제주 앞바다로

등록 2013-07-18 21:17

제돌이
제돌이
18일 오후 4시13분께 가두리의 수중그물이 열렸다. 15분 동안 제돌이와 춘삼이는 가두리 안을 맴돌 뿐 떠날 줄을 몰랐다. 신문·방송사 기자들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등이 가두리 주변으로 몰려든 사실을 알았는지 이들은 한참을 지름 30m 안의 원형 가두리에서 유영했다. 이어 오후 4시30분께 드디어 가두리를 벗어난 제돌이와 춘삼이는 끝없이 펼쳐진 제주바다의 수평선을 향한 듯 힘차게 유영했다.

2009년 5월과 6월 서귀포시와 제주시 연안에서 불법 포획돼 4년이 넘도록 억류돼 돌고래쇼에 동원됐다가 그리운 고향바다로 돌아간 것이다. 돌고래의 야생 방류는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일부 방송사는 헬리캠까지 동원해 공중촬영하기도 했다.

이들 돌고래는 성산포항에 있는 가두리에서 1차 적응훈련을 받다가 지난달 26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앞바다에서 200여m 떨어진 가두리에서 야생 방류를 앞두고 2차 적응훈련을 해왔다. 김녕앞바다 가두리로 옮겨진 뒤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야생 돌고래 무리들이 주변에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3차례는 가두리까지 다가와 제돌이·춘삼이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적응훈련을 맡은 김병엽(47) 제주대 교수는 말했다.

방류 행사는 서울시와 제돌이 시민위원회, 동물보호단체, 제주도, 김녕리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가두리가 설치된 부근 해안가에서 열렸다. 최재천 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자유를 얻는 일에 어떤 가혹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무조건 성취하는 게 자유다”라며 돌고래의 야생 방류를 환영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제주도와 김녕리 등의 도움으로 최재천 위원장의 서체로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라고 새긴 높이 2.15m, 가로 1.05m 규모의 표지석 제막식도 가졌다.

이어 오후 2시30분께 김녕항으로 이동한 참석자들은 애초 5척의 배에 나눠타고 10여분 남짓 항해 끝에 가두리 주변으로 가서 야생 방류 환영행사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참석 인원이 많자 여러차례에 걸쳐 참석자들을 실어나르기도 했다.

이날 제주의 날씨는 맑아 해조류가 보일 정도로 바다가 투명했다. 마침 하늘에는 돌고래 모양의 구름이 생겨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방류 환영행사에 앞서 방류팀은 살아있는 고등어 등 먹이를 1시간 10여분 정도 나눠주면서 방류 준비를 했다. 배에 타고 있거나 가두리에 올라간 관계자들은 돌고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가두리와 가까운 곳에서 방류 환영행사를 지켜보던 생물다양성재단의 정은주(24·대4)씨는 “가까이서 보지 못하지만 고향으로 잘 돌아가라고 기원했다. 멸종위기종의 보호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동물원의 존재가 필요하지만 동물 복지도 생각해야 할 때다”면서 가두리 쪽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동물에 관심이 많다는 송당초등학교 5학년 홍승윤(12)군은 “돌고래들이 훈련 받는라 힘들었을 텐데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돌고래 보호의 세계적 권위자인 릭 오베리(73·미국)는 “돌고래 야생방류는 한국이 자연을 존중하고 있다는 강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방류팀은 그물을 빠져나간 돌고래 가운데 제돌이가 가두리에서 4㎞ 남짓 떨어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앞 다려도 인근 해상에서 먹이사냥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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