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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돌고래 119마리의 짝이 돼달라”

등록 2013-07-19 19:57수정 2013-07-21 10:39

18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표지석 제막식에 앞서 ‘제돌이 야생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교수는 방류를 위한 준비기간을 “아름다운 동행이었다”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18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표지석 제막식에 앞서 ‘제돌이 야생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교수는 방류를 위한 준비기간을 “아름다운 동행이었다”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최재천 시민위원장 인터뷰
지구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는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에서
그들도 갑이 돼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던 기회였다
우리가 그들 눈높이에 맞춰
을의 입장이 돼야 한다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등 남방큰돌고래 세 마리의 야생방사를 주도한 것은 민관이 모인 ‘제돌이 야생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였다. 위원장인 최재천(59·사진)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생명다양성재단을 만들어 시민운동가의 직함을 추가했다. 방사 이튿날인 19일 최 교수를 인터뷰했다.

-한국 사회는 환경과 동물 인식이 척박하다. 그런데도 어떻게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가 바다에 돌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한 정치인의 혜안과 용단, 그리고 어느덧 우리 사회에 아름아름 피어나기 시작한 생명다양성에 대한 경외가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이었다면 아무리 박원순 시장 같은 이가 목청을 높였다고 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시민들의 환경 의식은 인식과 이해 차원에서는 뜻밖에 높다. 적어도 미국의 평범한 시민에 비해서 단연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떻게 실천에 옮겨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했다.”

-제돌이의 야생방사는 민관 협치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서울시 예산이 부족해 시민단체가 뛰기도 했는데?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해온 일들은 대부분 관이 주도하고 그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또는 시민들이 시위를 불사하며 항거하는 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부터 관련되는 시민 또는 단체, 조직들이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구성되어 일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어 놓으니 모두가 자발적으로 후원을 끌어오려 열심히 뛰었다. 동물자유연대, 카라, 생명다양성재단 등 시민단체의 모금과 현대그린푸드와 아시아나 등 기업의 후원도 그래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제돌이 야생방사 결정 때 ‘그럼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는 왜 풀어주지 않느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우리는 왜 돌고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가? 돌고래만 특별한 건가?

“동물원은 애당초 유럽의 부호나 귀족들의 과시욕으로 시작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근본적으로는 그들도 언젠가는 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전면적으로 무식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진정으로 과학적이고 교육적으로 일해야 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동물원 내지 전시관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고래처럼 하루에 100㎞ 이상을 움직이는 동물에게 자유롭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이 문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동물원의 기능이 새롭게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야생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동물들을 보전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하고 최후의 보루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동물원 존속의 근거는 일단 충족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돌고래(동물)를 가두면 안 되는가? 그렇다면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극단적인 자연주의를 이런 것에까지 들이댈 수는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의 경우도 그런 맥락이다. 오랜 세월 그리 적응해온 동물을 이제 와서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지. 개는 이미 늑대가 아니다. 모든 동물에게 일괄적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제돌이시민위원회 내부에서 ‘동결낙인’(등지느러미에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번호를 새기는 것) 논쟁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 논쟁이 보여주는 지평은 뭔가?

“극단적인 자연주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자칫 자연에 관한 연구도 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려 상당히 어려웠다. 자연과학자들은 그동안 각종 표지(標識) 방법들을 이용하여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설치류를 연구할 때 이른바 ‘표지-재포획’(mark-recapture) 방법 중에 발가락을 하나씩 잘라내는 방법을 오랫동안 써왔다. 이제는 그런 방법을 사용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동결낙인이 아니라 동결표지라고 하면 좋겠다. 이 방법은 지금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제돌이 사건은 한국 사회의 환경·동물 인식에 어떤 변화를 주었나?

“새로운 전통을 만든 게 아니라 우리 고유의 전통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자연을 관리하고 다스리려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예부터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왔다. 이번 일이 마치 외국의 일을 우리가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국보다 더 훌륭하게 해낼 수 있었던 배후에는 민족 고유의 자연사랑의 정신이 있었다.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귀한 배움의 기회를 가졌다. 자연 속의 인간의 위치를 재설정하는 계기였다. 지구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와 다른 동물들의 관계에서 이제 그들도 어떤 상황에서는 당연히 ‘갑’이 되어야 한다는 걸 모두 배울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을’의 입장에서 그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제돌이의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어제 사실 7월18일을 ‘세계 돌고래의 날’로 지정하자는 제의를 하려 했다. 꼭 유엔의 승인을 받아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생명다양성재단이 주도해 풀뿌리 형식으로 넓혀 나가고 싶다. 우리에게는 이런 일을 주도할 충분한 자격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참에 범국민적 동물보호운동도 펼칠 생각이다. 서울시의 이른바 ‘동물짝 하나 갖기 운동’을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적용해 보련다. 김현우 고래연구소 연구원과 김병엽 제주대 교수의 관찰에 의하면, 그동안 제주 바다에 114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몰수형 판결로 퍼시픽랜드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두 마리(복순·태산이)까지 바다로 나가면 전부 119마리가 된다. 119 번호가 갖고 있는 구호의 의미를 떠올리며, 전국민이 이 119마리를 한 마리씩 짝으로 삼고 늘 관심 갖고 보호하는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 생명다양성재단이 주도하련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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