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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 106종 산다는데, 동물들아 정말 행복하니?

등록 2013-07-24 20:35수정 2013-07-25 09:31

(※클릭하시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한눈에 보는 비무장지대(DMZ)
‘생태계 낙원’의 그늘

밀렵 등 인간 위협 안 받지만
철조망 탓 이동할 자유 잃어
산양은 폭설로 굶어죽고
행동권 넓은 담비 등 개체수 적어
한가로이 먹이를 찾는 두루미 부부, 넓은 들을 구불구불 적시며 흐르는 시냇물, 코끼리 가족이 유유히 지나갈 듯한 아프리카 사바나를 닮은 들판. 영상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 비무장지대와 비무장지대 남쪽 민간인 출입통제선(CCL) 이북 지역을 포함한 ‘비무장지대 일원’에는 산양, 사향노루, 수달 등 멸종위기종만 106종이 산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환경부의 생태계 조사 결과다. 남한 전체 면적의 2%도 안되는 남북 4~14㎞, 동서 248㎞의 길고 좁은 지역에 남한 멸종위기종의 43%가 서식한다는 얘기다.

한국전쟁 때 어느 곳보다 처참하게 짓이겨졌던 자연이 인간의 접근이 차단된 채 6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생태계의 보고’나 ‘생명의 낙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되살아난 것이다. 이런 꾸밈말은 남북한이 정전 뒤 서로 군사분계선 가까이 경계 철책을 밀어붙인 결과, 애초 4㎞ 너비에서 평균 2.3㎞ 너비로 쪼그라든 비무장지대와 그 속의 갇힌 중대형 포유동물로 범위를 좁혀 보면 꼭 맞는 말은 아니다. 밀렵이나 로드킬과 같은 인간의 위협으로부터는 안전하지만, 이 안전은 이동할 자유를 내주고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중대형 동물들에게 철조망은 단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밀렵보다 더 큰 위협이 되곤 한다.

10여년 전 봄, 한 방송사의 촬영팀과 함께 비무장지대가 보이는 강원도 고성 건봉산을 찾았던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장(당시 야생동물연합 의장)은 철조망 너머 고진동 계곡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비무장지대 안의 큰 너덜바위들 바로 아래 쪽에 산양 6~7마리의 사체가 까마귀들에 의해 뜯어먹히고 있었다. 한 과장은 “폭설을 피해 너덜바위 아래 쪽에 모여 있다가 탈진해 죽었던 것”이라며 “병사들이 철책선 근처에 가끔 먹이를 던져주고는 있지만, 매년 봄 눈이 녹고 나면 고진동 계곡에서는 탈진해 죽은 산양의 사체가 발견되곤 한다”고 전했다.

폭설 속에서 먹이를 찾다 탈진한 산양은 설악산국립공원에서도 가끔 발견되지만, 대부분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에 의해 구조돼 자연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비무장지대 산양들에게는 이런 구조의 손길이 미칠 수 없다. 한 과장은 “산양들이 먹이를 구하기 쉬운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철조망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산양들에게 비무장지대는 생명의 낙원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9년 가을부터 1년간 국립환경과학원이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철원 백암산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산양 다음으로 많은 멧돼지는 한 마리도 찍히지 않은 것도 서식지 고립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환경과학원에서 비무장지대 포유동물 조사를 맡고 있는 최태영 연구사는 “비무장지대 내부에는 멧돼지와 담비 같은 행동권이 넓은 동물들의 개체수가 적다. 조사가 다 되지는 않았지만, 비무장지대의 포유류 종 다양성이 높지 않은 이유는 (생태계) 단절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유류 전문가인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장은 “비무장지대가 진정한 세계자연유산이 되려면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군사안보적으로 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을 잇는 생태통로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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