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일 철거공사가 시작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미즈카미무라의 아라세댐. 2500개에 이르는 일본의 댐 가운데 사용 도중 처음으로 철거되는 댐이다. 1955년 이 댐이 준공된 이후 물고기가 사라지고 홍수가 빈발하자 구마모토현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댐 철거를 결정했다.
아라세댐 주변 주민이 2010년 3월 수문 개방 이후 썩은 물 같았던 수질이 크게 개선된 댐 지류 현장을 안내하고 있다.
구마모토현 주민들 환경조사
생태복원 모임 꾸리고 활동 발전가동중인 댐 첫 철거 결정
“수문 열기 전엔 썩은 물 같았는데
지금은 은어 살고 물놀이 할수있어…
상류댐도 허물어야 원래모습 70% 회복” 양쪽 모두 콘크리트로 벽을 단단히 친 구마강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자, 세토이시댐이 가로막고 있다. 댐 위쪽의 물은 조류가 번성해 마치 녹찻물처럼 보인다. 수문을 연 아라세댐 주변보다 훨씬 탁해 보였다. 댐 위쪽에 쳐놓은 밧줄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이 잔뜩 걸려 있다.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가는데, 집의 담장이 조금 이상하다. 담장은 길 위에서 시작되는데, 집 마당은 담장 2m가량 높은 곳에 있었다. 1965년과 1966년에 물난리가 났고, 특히 1982년에 수해를 입은 뒤엔 4~5m 제방을 더 높여 쌓은 뒤 그 위에 새로 지은 까닭이다. “댐을 짓기 전에는 큰물이나 홍수라는 말은 있었어도 수해라는 말은 없었다고 합니다.” 댐은 홍수가 나지 않게 물을 조절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물난리를 키웠다. 아라세댐에 막힌 물은 산 쪽으로 우회해 파놓은 터널을 따라 흐르다가 댐 아래쪽 700m 지점에서 좀더 큰 낙차로 떨어져 발전기를 돌린다. 발전소의 강 건너편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후쿠시마 세이지(82)는 한때 댐 건설과 운영을 주관한 현 기업국의 공무원이었으나, 댐 소재지인 야쓰시로시 사카모토무라의 지방의원을 12년간 맡아 댐 철거 운동을 적극 벌였다. “목마르면 마시고 때 되면 쌀 씻던 물이었는데, 댐을 짓고 15년이 지나니까 은어가 안 잡히는 게 확연했습니다.” 기자에게 보여주려고 어릴 적 은어·뱀장어·게를 잡는 데 쓰던 간단한 도구를 만들어온 후쿠시마는 “강을 건너려고 배를 타면 뱀장어가 얼마나 많은지 배로 곧잘 튀어오르곤 했다. 그걸 가져다가 먹었다”고 말했다. 은어·뱀장어잡이는 아이들의 손쉬운 용돈벌이였고, 대부분의 집이 고기잡이 배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댐이 만들어진 뒤, 은어의 치어는 댐에 막혀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고, 산란기의 성어는 하류로 제대로 내려오지 못하게 됐다. 현은 해마다 사람들을 동원해 하구에서 은어 치어 300만마리 이상을 잡아 트럭으로 상류로 실어다가 방류하고 있지만, ‘한자짜리 야쓰시로 은어’의 명성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강물이 더러워져 구마강 하구의 연안에서 한때 800명에 이르던 김 양식업자는 3명으로 줄었다. 혼다 대표는 “물은 흐르지 못하게 막으면 반드시 썩는다. 댐이 있으면 지역경제가 절대 발전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댐이 있는 사카모토무라의 인구는 댐 건설 당시 1만6000명에서 지금은 4000여명으로 줄어 있다. 한때 지역 전력 수요의 30%를 감당하다가 그 비중이 0.7%(2010년)로 줄었다고는 해도 멀쩡하게 발전을 하고 있는 댐을 철거하는 결정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90억엔(한화 약 1000억원)에 이르는 철거 비용도 큰 문제였다. 쓰루는 “현이 운영하던 댐이었으니까 선거 때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철거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토건족을 비판한 민주당 정부 시기였으니까 철거 결정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말했다. 짓는 데 1년 반쯤 걸린 댐은 철거공사를 하는 데는 5년이 걸린다. 현장은 이제 겨우 수문의 일부 지지대를 철거하고 댐의 콘크리트벽 한 곳에 구멍을 뚫어 물이 흐르게 한 정도다. 그래도 수위가 낮아진 댐 위쪽에 벌써 모래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는 “강물에서 이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올해는 큰비가 왔지만 홍수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라세댐 철수만으로는 원래 환경의 30~40%밖에 회복하지 못한다. 세토이시댐을 추가로 철거해야 70%가량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세댐을 운영하던 현 정부와 달리, 세토이시댐을 운영중인 전력회사인 전원개발은 주민들의 댐 철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이 나서면 댐 운영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구마강어업협동조합은 어업 피해가 크다며, 내년 3월로 끝나는 세토이시댐의 수리권을 갱신해주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강가엔 댐 철거 결정을 환영하는 펼침막이 아직 붙어 있다. 쓰루가 강 하구의 갯벌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썰물 때면 4㎞가량 바다 쪽으로 뻗어나가는 갯벌 이곳저곳에 사람들이 굴갯가재를 잡고 있었다. 지금도 ‘자연관찰모임 구마모토 연락회’ 회장을 맡으며 매년 환경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쓰루가 말했다. “휴일이면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전에는 무릎 아래까지 푹푹 빠지는 갯벌이라 바다 쪽으로 멀리 가지 못했는데 지금은 모래가 꽤 쌓여서 발이 깊이 빠지지 않고 멀리까지 갈 수 있게 됐지요. 갯벌식물인 아마모가 자라는 면적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게 종류를 조사해봤는데, 모래흙을 좋아하는 게 종류가 늘고 있어요.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이지요.” 야쓰시로(구마모토현)/글·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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