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초고압 송전탑 설치 공사를 저지하던 주민들이 잇따라 다치고 공사 강행 10일째인 11일까지 모두 2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한국전력공사는 11일 밀양시 단장·상동·부북면의 송전탑 건설 현장 5곳에서 직원 등 200여명을 동원해 터닦기 등의 공사를 벌였다. 경찰은 20여개 중대, 2000여명을 공사 현장 근처에 배치했다.
이날 아침 6시30분께 상동면 도곡리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 근처에서 한전 직원을 막으려던 마을 주민 김아무개(57·여)씨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침 8시께 도곡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이아무개(82) 할머니와 또다른 이아무개(65)씨 등 2명이 경찰에 밀리면서 뒤로 넘어져 다쳤다.
오전 7시10분께 단장면 평리의 89번 송전탑 건설 현장 진입로를 막고 있던 마을 주민 고아무개(70)씨가 경찰에 연행됐다. 지난 2일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이래 공사를 막으려다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고씨까지 21명이다.
고씨는 공사 현장 진입로에서 경찰이 공사장 근처로 가려는 것을 막아섰다. 이에 경찰은 고씨를 경찰 호송차량에 실은 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창원서부경찰서로 데려갔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현장을 지휘하던 경찰관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 음주 측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양경찰서 청문담당관실은 “해당 경찰관이 어젯밤 집에서 캔맥주 3개를 마셨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서울에서 ‘탈핵 희망버스’에 오른 환경운동연합 회원 10여명이 새벽 단장면 동화마을회관에 닿아 농성중이던 주민들과 함께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도 지역별로 버스를 타고 밀양에 도착해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농성에 합류했다.
밀양사회봉사단체협의회는 12일 외부세력 반대 집회를 연 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농성중인 단장면 야적장 근처에 갈 계획이어서, 송전탑 반대 마을 주민 등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밀양/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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