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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풀씨 뿌리내린 그곳은 더이상 사막이 아니었다

등록 2005-08-30 17:28수정 2005-08-30 17:28

사막화 지역과 복원된 지역의 경계선에서 학생들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막화 지역과 복원된 지역의 경계선에서 학생들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한·중 사막화 방지사업 현장 ‘지린성’ 을 가다

복권기금의 녹색자금 지원으로 한·중 사막화 방지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2~27일 중국에서 두 나라 청년들 사이의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이 교류 행사에는 한국에서 10명, 중국에서 11명의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이 참여해, 5박6일간 지린성 서북부 사막화 지역을 돌아보며 여러 환경 문제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우정을 다졌다. 이들과 함께 한·중 협력 초지복원사업 시행지역을 둘러봤다.편집자


무분별한 개간·과도한 방목…중 국토17% 169만km² 사막화
2003년 지린성 600ha에 감모초 풀 뿌려 ‘녹색’ 회복

현지주민 대상 교육장면
현지주민 대상 교육장면

한·중 대학생들 정리토론 장면
한·중 대학생들 정리토론 장면

지난 23일 오전 찾아간 지린성 간안현 난자이촌의 한·중 사막화복원시범지구는 멀리서 내려다 보기에도 풀색이 완연해 바닷가 모래밭처럼 보이는 주변 사막화지역 가운데서 확실히 두드러졌다. 난자이촌에 있는 100㏊ 규모의 복원시범지구는 환경연합과 지린성 임업청, 중국의 생태복원 전문업체인 홍르기업이 2003년 ‘사막화방지를 위한 한·중협력사업기구’를 구성한 뒤 처음 풀씨를 뿌린 곳이다.

허술한 철조망으로 구분돼 있는 복원사업 지역과 방치된 사막화 지역은 가까이 접근할수록 더욱 뚜렷히 대비됐다. 흰 빛이 도는 얇은 각질로 덮인 듯한 사막화 지역 땅거죽은 탐방객들의 발길에 금방 부서졌고, 그 아래 두텁게 깔린 분가루처럼 고운 흙에서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안 먼지가 일었다. 이른 봄 한국으로 날아가는 황사에는 이런 곳에서 날아오르는 흙 먼지도 일부 포함될 터였다.

지린성의 사막화는 초원이 퇴화해 토양의 수소이온농도(ph)가 9~11에 이르는 알칼리성 불모지로 바뀌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환경연합과 협력해 초지복원 작업을 직접 시행하고 있는 홍르기업은 이에 따라 알칼리성 토양에서 생존력이 강한 감모초라는 다년생 풀을 활용하고 있다. 복원 현장을 안내한 옌리칭 홍르기업 지린성 지사장은 “감모초를 심고 3년 정도 지나면 토양은 양들이 좋아하는 양초가 살 수 있는 정도로 알칼리도가 떨어지고, 감모초 군락은 점차 쇠퇴해 양초로 우거진 생산력 높은 초원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이 복원방법은 25일 돌아본 난자이촌 남서쪽의 창링현 챠오지아위이쯔촌에 있는 복원시범지구 200㏊에도 적용돼,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던 땅을 푸른 초원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환경연합이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초지복원사업은 그 자체로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갈수록 가속화되는 중국의 사막화 추세 속에서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사막화방지를 위한 국제워크샵’ 때 나온 한·중 양쪽의 발표자료를 종합하면 중국에서는 이미 전체 국토의 17.6%인 168만9000㎢가 사막화됐다. 이 면적은 해마다 2400여㎢씩 증가하고 있다. 지린성 서부지역 초원만 보면 전체 면적의 70%인 93만㏊가 이미 알칼리화됐고, 이 가운데 23만㏊는 문자 그대로 불모지다.

초원이 불모지로 바뀌는 것은 자연적 요인 탓도 있지만 90% 가량이 무분별한 개간과 과도한 방목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류행사에 참여한 왕린웨이 베이징대 환경학과 대학원생은 “개혁개방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개인 소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된 것이 급속한 사막화를 촉발시킨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동의 목표량만 달성할 정도로만 일하던 농민들이 재산 형성을 위해 초원의 수용능력을 넘는 가축을 방목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급속한 사막화 막기위한 주민 의식교육 아쉬워”

사막화지역 전형적 지표면 모습
사막화지역 전형적 지표면 모습

그 피해는 다시 농민에게로 되돌아간다. 23일 지린성 다안현의 중국과학원 동북지리생태연구소에서 만난 량정웨이 부소장은 “초원의 생태적 빈곤은 초원에 의존하는 주민들의 경제적 빈곤으로 이어지고, 빈곤해진 주민들은 더욱더 초원의 생태적 자원을 고갈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경작지를 물리고 방목을 금지해 녹지와 초지로 되돌리는 ‘퇴경금목환림환초()’ 조처를 강력히 시행하는 등 국토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중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국지적 개선, 전체적 파괴”라고 표현하는데서도 엿보이듯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연합이 황사피해 예방을 목표로 중국쪽과 협력해 지린성 3곳에서 600㏊의 초지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산을 옮기겠다고 나선 옛날 중국의 어리석은 노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환경연합 뿐 아니다. 26일 열린 이번 교류행사의 정리토론회에서 “사막화된 중국의 초원이 언젠가는 황사먼지의 발원지가 아니라 한국으로 날아가는 오염물질을 막는 ‘녹색병풍’이 될 것”이라고 말한 베이징대 환경학과 대학원생 왕지아씨와 그에게 박수를 보낸 두나라 학생들이 모두 ‘우공’의 후보인 셈이다.

어리석은 노인의 옛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노인의 의지에 놀란 산신이 산을 들어 옮긴다는 것이다. 현대판 우공이야기에서 옛 이야기속 산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누구일까?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그것은 바로 여러 단위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좀더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에 나서도록 이끌 수 있는 여론의 힘”이라는 한 참석자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환경연합이 황사발생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홍보효과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몽골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나,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는 ‘자연지우’와 같은 중국 환경단체를 도와 이들과 함께 사업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 모두 이 점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막화방지사업의 환경연합 쪽 실무자인 박상호 간사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는 사막화 원인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막화된 몇 곳에 풀씨를 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 등에도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춘/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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