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의원, 노동자들 증언 공개
“벤젠 등 발암물질 대기 유출 추정”
SK하이닉스쪽 “배출 기준 충족”
“벤젠 등 발암물질 대기 유출 추정”
SK하이닉스쪽 “배출 기준 충족”
경기도 이천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제대로 정화 처리하지 않은 채 대기 중으로 내보내왔다고 폭로하는 노동자들의 증언과 작업일지가 공개됐다. 웨이퍼 제조공정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포스핀, 불화수소, 벤젠 등 급성 독성이나 발암성을 지닌 수십종의 유해가스가 사용되고 있어, 공개된 내용이 사실일 경우 공장 노동자들은 물론 공장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민주당)은 24일 “에스케이하이닉스 노동자로부터 공장이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유해가스 처리 설비인 스크러버의 청소·정비(PM) 작업중에도 생산공정을 중단하지 않고 우회 배관을 통해 유해가스를 배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제보 내용과 일치하는 작업일지와 다른 노동자들의 추가 증언으로 미뤄 볼 때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유해가스 불법 배출이 확실한 만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즉각 사실관계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에는 소각 처리를 위주로 하는 1차 스크러버 1500여대와 물로 흡착해서 씻어내는 방식의 2차 스크러버 140여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 가운데 매일 1차 스크러버의 약 10%에서 피엠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1차 스크러버를 거치지 않는 우회 배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은수미 의원실의 설명이다.
은수미 의원은 “1차 스크러버에서 채취한 잔재물들을 전문기관에 맡겨 분석한 결과 나치가 유대인 학살 때 사용한 사염화탄소, 들이마시면 사망하는 트리메틸클로로실란 등의 유독물질과 싸이오아세트아마이드, 벤젠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1차 스크러버를 거치지 않은 우회 배출 때 이런 유해가스들이 그대로 대기 중에 배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피엠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자회사인 에스케이하이이엔지의 한 노동자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이 노동자는 <한겨레>에 “2007~2008년 이후로는 생산공정을 멈추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하이닉스 박현 홍보팀장은 “1차 스크러버에서 피엠을 하는 동안 유해가스를 2차 스크러버로만 통과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도 최종 배출가스는 기준치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