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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목청 높인 ‘네 탓’ 공방에 기후변화 대응 먹구름

등록 2013-11-26 19:51수정 2013-11-26 20:04

[지구와 환경] 바르샤바기후회의 결산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계속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런 합의가 늦지 않게 이뤄질지, 그렇게 만들어질 기후변화 대응 체제가 지구를 기후 재앙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한층 짙어지게 됐다.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9)에 참석한 190여개국 대표단이 논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는 2020년 이후 적용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 협상이 2년 뒤 프랑스 파리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상 일정을 확정하는 것이었다. 이번 총회에서 이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2021년으로 예정된 새 기후 체제 출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새 기후 체제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둘러싼 미국, 유럽연합 등의 선진국 그룹과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 사이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회의 폐막 예정일을 하루 넘긴 23일 오후(현지시각)에야 마무리됐다. 회의에 참가한 190여개 나라 대표단은 22일 밤을 꼬박 새운 30여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모든 나라가 새로운 기후 체제에서의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5년 말 제21차 당사국총회 개막 이전에 명확히 제시한다”는 데 합의했다.

개발도상국들은 1992년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당사국총회에서의 합의에 따라 개도국도 선진국과 같은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고 맞섰다. 이런 대립은 모호한 표현으로 타협됐다. 이번 회의의 결정문에는 각 나라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용돼온 ‘공약한다’(commitment)는 표현보다 구속력이 떨어지는 ‘기여한다’(contribution)는 표현이 사용됐다.

각국이 내놓는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한 상향식 감축량 결정이 제대로 되려면 2014년 말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제20차 당사국총회 전까지 각 나라의 감축 목표가 모두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출 시한은 2015년 말 파리 당사국총회 개막 시점으로부터 ‘상당히 앞선 시간’(well in advance)과 ‘준비가 된 나라들은 2015년 1분기까지’로 결정됐다.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개도국의 반대로 모호하게 설정된 감축목표 제출 시한은 2015년 협상 완료 목표달성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일찍 제출해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평가 대상이 되는 것을 좋아할 나라는 없다. 결국 각 나라는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제출 시기를 조절하게 된다. ‘준비가 된 나라들’의 제출 시한이 2015년 1분기로 설정된 것에 미뤄보면, 대부분의 나라가 2015년 1분기 이후부터 회의 개막 직전까지 사이에 집중적으로 감축 목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이번 결정대로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국이 제시한 감축 목표가 형평성에 맞는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2℃ 상승 억제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 평가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고 말했다. 각 나라가 제출한 감축 목표를 얼기설기 엮어 2015년 기후변화 협상 마감시한을 맞추지 않으려면 협상 마감시한을 2015년 이후로 늦춰야만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후체제 구성 합의문을 각국이 비준해서 발효시키는 시한을 고려할 때, 합의가 2015년 이후 이뤄지면 새 기후 체제의 2020년 출범이 어려울 수도 있다.

결정문에 ‘공약’ 대신 ‘기여’ 표현
온실가스 감축 태도 후퇴 시사

각국 목표치 제출 시한도 모호해
2020년 기후체제 출범 어려울수도

필리핀 휩쓴 태풍 하이옌 여파로
‘손실과 피해’ 메커니즘 마련 성과

이번 회의는 다른 주요 의제들에서도 주목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0년 새로운 기후 체제가 출범하기 전까지 교토의정서에 기초해 온실가스 감축이 계속돼야 하지만,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이미 교토의정서 불이행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게다가 일본은 이번 회의 기간에 온실가스 감축 공약을 애초 1990년 배출량 대비 25% 감축에서 2005년 배출량 대비 3.8% 감축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3% 늘리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교토의정서 이행과 관련해선 아직 2020년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국가들에 감축 목표를 빨리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선에 머물렀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재정 지원에 대한 논의도 핵심인 2020년까지 녹색기후기금(GCF)으로 1000억달러를 조달할 방안에 대한 구체적 진전은 없었다. 사무국 유치국인 우리나라가 장기 재원 논의를 위한 고위급 작업반을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이 일부 수용돼, 2년마다 기후재정 관련 장관급 회의를 열고 선진국에 재원 확대 전략 제출을 요구하는 것 등이 최종 결정문에 반영됐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 진전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05년부터 시작된 개도국의 산림 전용과 산림 황폐화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REDD+) 협상을 마무리한 것과,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로 입는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바르샤바 메커니즘’을 구축한 것 정도다.

‘손실과 피해’ 문제는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결정문에 등장한 지 1년 만에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위험관리, 관련기구와 조직·이해관계자 간 연계, 재정·기술 지원 등을 위한 별도의 집행위원회 설치에 합의하는 단계까지 나갔다. 새로운 재정 부담을 우려한 선진국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이만큼이나마 진전된 것은 당사국총회 개막 사흘 전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의 해안도시 타클로반에 불러온 참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회를 주최한 폴란드의 의장국가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폴란드는 총회 기간에 세계석탄협회 총회를 개최하고, 당사국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총회 의장인 마르친 코롤레츠 환경부 장관을 전격 해임하기까지 했다. 기후변화 회의의 성공은 주최국이 합의 도출에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더 진전된 성과가 나오지 못한 데는 폴란드의 책임도 적지 않다.

안병옥 소장은 “지금으로서는 내년 9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초청으로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새로운 기후 체제에 대한 완전한 합의는 2016년이나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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