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발원지라는 증거 없어”
한국정부에 철새 보호 촉구
한국정부에 철새 보호 촉구
철새 보호 국제기구가 철새에 초점을 맞춘 한국의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과 관련해 25일 ‘철새는 원인이 아니라 희생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정부에 철새 보호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 협력기구’(EAAFP)는 이 성명에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는 야생조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지만, H5N8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일반적으로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한테서 볼 수 있는 질병”이라며 “지금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야생조류에서 발생했다고 보고된 적은 없으며, H5N8이 철새 무리에서 시작됐을 것이란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가창오리떼가 3개월 전 러시아에서 H5N8에 감염된 채 한국에 도착했다면 H5N8이 오리농장에서 발병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이 가금류로부터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이 기구는 “감염된 철새들은 매우 빠르게 죽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은 가금류와 사람의 이동 등과 비교하면 미미하다”며 철새 도래지에 방역 약품을 대량 살포하는 등 철새에 초점을 맞춘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동아시아-대양주 이동 철새의 주요 월동지인 한국의 환경부는 이들 철새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 협력기구는 북극권에서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로 오가는 물새를 보호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우리나라 환경부를 비롯해 이 이동로에 위치한 15개 나라 정부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 비정부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는 세계 9대 주요 철새 이동로 가운데 하나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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