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일본과 다르다” 계속 추진 뜻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해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고속증식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고속증식로 사업 백지화 방침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일본의 결정이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연구개발에 끼칠 영향에 대해 7일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와 일본은 다르다며 ‘계속 추진’ 방침을 밝혔다. 반면 환경단체나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일본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당장 우리나라의 정책에 영향을 끼칠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 본다”고 말했다. 올 연말까지 정부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한 권고안을 내기로 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쪽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공론화위 한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증식로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가) 공론화 논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에서 고속증식로 몬주의 실용화 목표를 그만두게 된 원인이 만일 기술적 측면에서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향후 우리나라의 논의 과정에서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조속한 백지화를 요구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프랑스에 이어 이번에 일본까지 고속로를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면 이제 고속로는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판명난 셈”이라며 “일본의 결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도 “핵연료 재처리는 전 세계에서 경제성과 기술적 문제점으로 장벽에 부딪쳐 있는데 우리나라만 맹목적 접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처리 대신 당장 실현가능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과 보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일본 몬주를 연구한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고속로 사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고, 4대강 사업 이상으로 국가경제에 타격만 입힐 사업”이라며 “일본이 늦었지만 다행한 결정을 한 것을 계기로 우리도 빨리 정신차려 고속로 연구개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결정이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한국은 사용후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허용을 요구하고, 미국은 이에 반대하며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와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플루토늄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증식로’ 구조인 반면, 우리는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플루토늄을 ‘버너’에서 태워 없앤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상에서 우리 입장이 바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 박병수 황보연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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