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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쿵~쿵~쿵~쿵…계룡산에 긴장 고조

등록 2005-09-07 13:36

국도 1호선 확장공사로 파헤쳐져 있는 계룡산 국립공원 안 가리울계곡 사동소류지 일대.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국도 1호선 확장공사로 파헤쳐져 있는 계룡산 국립공원 안 가리울계곡 사동소류지 일대.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수경스님 “호남고속철 막으러 가겠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은 새만금 간척과 함께 자연환경 훼손과 관련해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대표적인 논란거리의 하나로 꼽힌다. ‘새만금’이 종파를 초월한 성직자들의 ‘삼보일배’라는 자기 희생을 통해 환경운동에 새 장을 열었다면, ‘천성산’은 한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으로 많은 이들이 ‘자연물의 권리’라는 화두에 눈을 뜨게 했다.

마치 제2 천성산 사태

그 ‘천성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월 지율 스님과 철도시설공단이 합의했던 환경영향공동조사는 지난달 말에야 시작됐다. 조사 결과는 3개월 뒤 나오겠지만, 그것이 지금까지의 논란을 깨끗이 매듭지어 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천성산도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계룡산에서 천성산과 닮은 꼴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계룡산 주변에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문제의 사업은 계룡산을 지나가게 될 호남고속철 건설 사업이다. 고속철도 이름이 ‘경부’에서 ‘호남’으로, 산 이름이 ‘천성’에서 ‘계룡’으로 바뀐 것만 빼고는 거의 흡사하다.

호남고속철 계룡산 관통 논란은 6월 말 건설교통부가 충북 청원에 있는 오송역을 경부고속철과 호남고속철이 갈라지는 역으로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것은 바로 호남고속철이 오송역 남서쪽의 계룡산을 통과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호남고속철도 계룡산 관통계획에 따라 터널이 뚫리게 될 공주시 계룡면 구왕리 계룡산 자락.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호남고속철도 계룡산 관통계획에 따라 터널이 뚫리게 될 공주시 계룡면 구왕리 계룡산 자락.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계룡산 국립공원은 이미 진행 중인 국도 1호선 확장사업을 통해 국립공원 동남쪽에 총 연장 4㎞ 가량의 터널이 뚫리고 있다. 이런 터널과 다리 공사 등으로 동월계곡과 가리울계곡 등 수려한 계곡들은 메워지고 깎여나가고 있으며, 계곡물까지 점점 말라가는 상황이다. 이런 계룡산의 수난을 막아내지 못해 안타까워 하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이 계룡산 북서쪽에 또 터널이 뚫리고 깎여나가게 됐다는 데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건교부에서는 호남고속철 노선이 계룡산 주변을 통과하도록 잡혀 있는 것은 맞지만, 계룡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건교부 국책사업단 관계자는 “가장 근접해 지나는 곳도 국립공원 경계에서는 630m나 떨어진 곳인 만큼 예정하고 있는 노선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조사에 함께 참여해 친환경적인 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용원 계룡산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계룡산 국립공원 경계선은 일정한 등고선을 따라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일 뿐 그것에 따라 계룡산의 생태계가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립공원은 계룡산의 일부에 불과하고, 계룡산의 가치가 그것이 국립공원 경계선 안쪽에 들어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충식 대전환경연합 시민환경기술센터 기획실장도 “이미 자연사박물관 건립과 온천지구 개발로 장군봉 주변 산자락과 계곡이 깎여나가고, 국도 1호선 확장공사로 계룡산 남쪽이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계룡산 북서쪽마저 고속철 건설로 훼손된다면 계룡산 국립공원은 더이상 국립공원으로 존립할 근거를 잃게 된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계룡산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계룡산보전시민모임과 대전환경연합, 대전녹색연합을 비롯한 대전·충남의 여러 시민환경단체들은 지난 29일 호남고속철을 포함해 기업도시, 방폐장 등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연대기구를 출범했다. 이들은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진행되는 사전환경성 보완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대신 독자적인 조사단을 구성해 계룡산과 금강 등 노선 통과 예상지역에 대한 생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동남쪽 계곡은 국도터널공사로 파이고
장군봉 주변은 온천개발로 깎이는데
이번에는 북서쪽 호남고속철 공사예정…환경단체“막아낼것”

건교부 “관통은 아닌데”

환경단체들은 고속철이 통과하는 국립공원 외곽의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서 보전가치가 높은 동식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천성산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이 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상징적 생물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고속철 계룡산 관통반대운동은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남고속철 계룡산 관통을 추진하고 있는 건교부를 더욱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불교계의 움직임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맞서 삼보일배를 이끌었던 수경 스님과 불교환경연대쪽이 계룡산 문제에 적극 뛰어들 태세인 것이다. 수경 스님의 참여는 아직 대전·충남에 머물러 있는 호남고속철 계룡산 관통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단체들 “경계선 밖도 계룡산”

호남고속철 계룡산 통과 구간 예상도
호남고속철 계룡산 통과 구간 예상도

수경 스님은 “계룡산은 지리산, 한라산과 함께 민족의 영산이며, 특히 오래 전부터 ‘계룡산 천도론’이 거론돼 오다 마침내 참여정부 들어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배후로 결정된 명산 중의 명산”이라며 “북한산 관통 터널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국민과 불교계에 약속한 참여정부가 그런 계룡산을 ‘제2의 천성산’ 혹은 ‘제2의 북한산’으로 추락시키려 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계종 종립선원인 문경 봉암사에서 하안거를 마친 그는 “국력 낭비는 애초 섣부른 계획으로 야기된 천성산이나 북한산만으로도 족하다”며 “참여정부가 국책사업에서 가장 낮은 차원에서 고려돼야 할 ‘정치논리’의 덫에 걸려 더 이상 허우적대지 않기를 바라면서 계룡산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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