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2일 중 29일 ‘뿌연 하늘’…작년 2배 웃돌아
일조시간도 줄고 강수량은 평년의 12.5% 그쳐
일조시간도 줄고 강수량은 평년의 12.5% 그쳐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은 추위를 견디고 피어나는 꽃과 함께 봄을 상징한다. 그러나 올해는 봄 기운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는 투덜거림이 유난히 많다. 때아닌 고온현상으로 온나라에서 봄꽃이 동시다발로 꽃망울을 틔우면서 봄꽃 소식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앗아간데다 불청객인 미세먼지마저 기승을 부린 탓이다.
“봄 날씨가 왜 이래?”라는 사람들의 불평은 근거가 박약한 느낌일까, 변화에 민감한 반응일까?
<한겨레>가 지난달 1일부터 21일까지의 서울 지역 기상 관측자료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분석해보니, 사람들의 불평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화창한 봄 날씨를 느끼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햇빛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3월1일부터 4월20일까지(51일간) 서울의 일조시간은 359.4시간이다. 하루 평균 7시간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0.2시간(하루 평균 7.6시간)에 견줘 30시간 넘게 적다. 특히 도시인들이 휴일이 아닌 일상에서 봄 기운을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시간대는 아침과 한낮이다. 출근길에서 보는 하늘, 점심 식사를 하려고 잠시 일터를 벗어나 마주하는 따사로운 햇살에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봄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올려다본 서울의 하늘은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3월1일부터 4월21일까지 52일 동안, 수증기에 따른 박무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로 서울의 대기에 연무현상이 나타난 날이 절반이 넘는 29일이다. 정오 시간대도 안개처럼 뿌예진 날이 25일이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14일과 11일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두배 넘게 많은 날이다.
그러다보니 대기의 혼탁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목표를 식별해 낼 수 있는 최대거리를 일컫는 시정거리도 짧아졌다. 오전 8시 기준으로 시정거리가 5㎞에 미치지 못한 날이 지난해(3월1일~4월21일)엔 4일이었으나 올해는 19일이나 됐다. 정오 시간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는 5㎞ 안의 시야가 흐린 날이 8일인데 지난해엔 하루도 없었다. 이처럼 미세먼지 자욱한 대기 속에선 멀리 떨어진 산이나 공원의 숲에서 나타나는 봄의 화려한 변신을 그만큼 알아채기 어렵다. 춘래불사춘의 주인공이 꽃샘추위에서 미세먼지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기상청은 올 봄 대기질이 지난해보다 크게 나빠진 원인을 중국발 미세먼지에서 찾았다. 아울러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기가 올 봄에 예년보다 더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고 봄비가 부족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은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기온이 올라가고 대기가 안정돼 정체 기간이 길어졌다. 여기에 강수량과 강수일 수마저 적어 대기의 오염물질을 씻어낼 기회가 적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봄(3월1일~4월20일) 서울 지역에서 봄비가 내린 건 8일간 기록한 10.7㎜가 전부다. 이는 평년 강수량 85.7㎜의 12.5%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8일 동안 67.8㎜의 봄비가 내렸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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