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개정법서 구역 3배 확대
방호옷·의약품 구비 재원 빠져
지자체 “돈 없다” 임의축소 가능
실질적 방사능 방재대책 내놔야
방호옷·의약품 구비 재원 빠져
지자체 “돈 없다” 임의축소 가능
실질적 방사능 방재대책 내놔야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정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 넓어졌으나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고 자치단체가 임의로 구역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 방사선 피폭량을 줄이기 위한 옷과 마스크 및 의약품 등의 구호물품과 주민대피소를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대피훈련을 해야 한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일부 개정안’을 보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 8~10㎞에서 20~30㎞로 넓혔다. 또 원전으로부터 3~5㎞는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3~5㎞ 이상~30㎞ 이내는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설정했다.
방사선이 유출되더라도 검사 결과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피명령 등을 내리던 종전에 견줘, 3~5㎞까지는 방사선 사고가 발생하면 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주민을 먼저 대피시키고, 나머지 구간은 검사 결과에 따라 대피명령 등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비상계획구역이 넓어지면서 더 필요해진 방진마스크가 딸린 방호의, 몸속에 침투한 방사선을 해독하는 갑상선 방호약품, 방사선 감시측정기구 등의 구호물품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빠져 있다.
부산시 원자력안전실 관계자는 “결국 종전처럼 비상계획구역의 구호물품들을 자치단체가 부담하라는 것인데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고리원전에서 지원금을 주는 기장군을 빼면 방사선 구호물품을 스스로 구입하는 곳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비상계획구역의 최대 거리를 20~30㎞로 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광역자치단체와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협의를 통해 20㎞까지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부산시의 원전담당 부서는 비상계획구역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상계획구역을 30㎞까지 넓히면 부산시 전체 면적의 3분의 2 이상이 포함돼 주민대피소를 둘 곳이 없고 원전 위험도시로 인식돼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원전사고 현장으로부터 30㎞까지 주민대피령을 내리거나 옥내대피령을 내린 것을 고려해 반드시 30㎞까지 비상계획구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등 전국의 11개 지역 탈핵대책위원회와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함께 성명을 내어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가 근처에 있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상일 것이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기능을 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사능 방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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