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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배출권거래제’ 미래지향적 자세로

등록 2014-07-22 19:32

환경 이야기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고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배출권거래제가 산업계의 반대로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기준을 완화해 유명무실한 상태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경제단체들은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산업계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대 27조5천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돼 생산·고용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과 기업들이 제시한 예상 배출량의 차이에 과징금 상한액을 곱한 것이다. 모든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터무니없는 주장인 셈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반대하는 건 한국 산업계만이 아니다. 며칠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이전 노동당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입한 탄소세를 폐지하는 법안이 산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힘입어 의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 가운데는 영국처럼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적극적인 나라도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이 주는 기회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대부분 화석에너지 소비에서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결국 석유나 석탄을 덜 쓰거나,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절약되는 에너지 비용, 에너지 소비 효율화와 청정에너지 생산을 늘리려는 기술 개발 및 그에 따른 고용 증대에 대해서 우리 산업계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산업계는 미국·중국 등 온실가스 배출 대국들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시기상조론을 편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에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지역적이라고 해도 적용 범위는 한국 전체 인구와 산업 규모보다 크고, 앞으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점을 교토의정서를 잇는 새로운 국제 기후변화 대응 체제가 가동되는 2020년으로 하자는 주장은 숙제를 미루려는 것일 뿐이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의 폐해를 고려해 새로운 기후체제에서도 어떤 형태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교토의정서를 준비하던 20여년 전과 달리 지금은 과학자들이 치명적인 기후변화를 피하며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최대치까지 계산해 국제사회에 제시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대국인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지금 배출량을 늘려놓으면 나중에 감축량 배정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나누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배출량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그랜드 파더링’ 방식으로 하더라도 2020년부터 가동할 감축 체제의 기준년도가 2020년이 될 수는 없다. 1997년 조인해서 2008년부터 적용된 교토의정서의 감축 기준년도는 1990년이었다. 미리 줄여나가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이 기다릴 뿐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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